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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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스크로 인해 국가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엔 북한의 노동당 창당일(10월10일)과 한·중 통화스와프(currency swaps) 만기까지 돌아와 '10월 위기설(說)'이 고개를 들었다.

원·달러 환율은 아직까지 좁은 박스권(1120~1140원)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자본유출 우려와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 40bp에서 현재 70bp로 뛰어올랐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최고치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발행자가 부도를 내더라도 채권투자자가 원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들 때 매년 지급해야 하는 일종의 보험료다. 국가가 발행한 국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곧 국가의 부도위험을 뜻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매크로분석팀 연구원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관계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이 위험을 헤지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올라가고 있다"며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비교적 평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은 두 나라 통화의 교환비율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상황도 반영하고 있다는 것. 한국을 둘러싼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달러화가 글로벌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인 영향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한반도 상황이 한국의 CDS 프리미엄을 높이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의 약세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현상이 한국의 위험을 상쇄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은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상 초유의 북·미 간 설전(舌戰)에 이어 미국의 대북 경제 압박 수위도 최고조에 올랐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총회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명을 통해 "미국 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첫날인 지난 19일 기조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한 뒤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의 정상적 무역 및 금융까지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일명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사실상 원유를 제외한 북한과 모든 거래를 단절시키기 위한 제제로,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제 제재로 평가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국내 증시는 이번 주 말부터 최장 10일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으며 내달 중 북한 노동당 창당일과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가 겹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북·미 간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공교롭게 북한 노동당 창당일과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가 겹치자 일각에서 '10월 위기설'을 거론하고 있다"며 "통화스와프 규모는 약 560억 달러 규모로 2008년 12월 처음으로 한·중 간 계약 이후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기간 연장과 스와프 규모를 늘린 바 있다"고 했다.

이어 "한·중 간 통화스와프가 연장되지 않더라도 국내 외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외화 유동성 부분에서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통화스와프 만료가 사드 배치의 추가 보복 조치로 이어질 경우 자본유출 등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투자플러스]北 리스크와 CDS 프리미엄…또 '10월 위기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목소리 역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CDS 프리미엄이 올라가는 만큼 금리가 높아져 위험에 대한 보상을 해주어야 자본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일구 연구원은 "자본유출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경우엔 그 원인이 군사적 긴장관계든지 아니면 3년 전 브라질과 러시아가 겪은 원자재 가격하락으로 인한 외환수급 악화든 금리를 높이고 긴축정책을 쓰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그렇지만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것은 반대로 국내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금리를 높이는 것보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과 금리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