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5조…역대급 '마피아식 도박사이트'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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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박사이트 중계 서비스로 4000억 챙겨…외식·레저 문어발 투자
대기업 못지않은 사업 스케일
딴돈 '먹튀' 않고 신뢰 쌓아…확인된 회원만 1만3000여명
돈세탁에 일반인도 대거 가담, 조폭이 주축…계열사도 세워
변호사 사무실 직원까지 매수…수사기록 빼내는 등 수법도 진화
대기업 못지않은 사업 스케일
딴돈 '먹튀' 않고 신뢰 쌓아…확인된 회원만 1만3000여명
돈세탁에 일반인도 대거 가담, 조폭이 주축…계열사도 세워
변호사 사무실 직원까지 매수…수사기록 빼내는 등 수법도 진화
5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끌어모아 기업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범죄 카르텔’이 적발됐다. 경찰이 확인한 판돈이 4조8000억원으로, 도박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다. 일당이 4년간 챙긴 부당 이익만 4000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수사 기록을 빼내고 도박 수익으로 외식·패션·레저업 등으로 진출하는 마피아식의 진화된 수법을 선보였다.
◆판돈 5조원 육박…‘문어발’ 투자까지
도박사이트 이용 정보를 공유하던 카페 운영자 박모씨(35)는 2012년 ‘창업’을 결심했다. 도박 중독자였던 박씨는 불법 도박을 하며 느낀 불만에 착안해 해외 도박사이트 총판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도박사이트는 이용이 비교적 쉽지만 딴 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해외 유명 도박사이트들은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지만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박씨는 둘의 장점을 절충했다. 호주 동포를 앞세워 해외 유명 도박사이트 네 곳과 국내 총판 계약을 맺고, 중계사이트 18개를 만들었다. 신뢰도 높은 해외 사이트에 간단한 가입 절차와 편리한 환전·충전서비스를 제공하자 회원은 몰려들었다. 이용자가 딴 돈을 돌려주지 않는 ‘먹튀’를 자제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 덕분에 경찰이 확인한 회원 수만 1만3000여 명에 달할 만큼 인기를 모았다.
사업 스케일 면에서도 대기업 못지않았다. 2014년 8월에는 필리핀 정부 허가를 받아 현지에 도박사이트 회사를 설립했다. 스페인과 영국의 유명 프로축구 구단과 50억원 규모의 정식 후원계약도 체결했다. 2013년 7월부터는 도박 수익 722억원을 투자해 외식·부동산·패션·레저사업 등 15개 업종에 진출했다.
◆일반인도 동원…“마약 카르텔 방불”
조직폭력배들이 주도했지만 범행 과정에서 평범한 일반인들이 대거 가담한 점도 특징이다. 프로그래머였던 안모씨(36)는 2012년 무렵부터 합류해 프로그램 개발, 서버 관리, 디도스 공격 방어 등의 보안책임자 역할을 했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 진모씨(48)는 지난해 사건 변호를 위해 법원에서 받은 500쪽 분량의 수사 기록 파일을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제공해 해외 도피를 돕기도 했다.
돈세탁에도 일반인들이 동원됐다. 유흥주점 관리자 김모씨(37)는 가게 단골이던 운영자들의 부탁을 받아 돈세탁을 해주고 대가로 수억원을 챙겼다. 외제차 딜러 하모씨(33)는 손님으로 알게 된 도박사이트 운영자 부탁을 받고 최고급 외제차 9대를 차명으로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도왔다.
경찰은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검거한 폭력조직 행동대장 최모씨(36)의 송환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외로 도피한 박씨 등 14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인까지 동원하는 범죄 행태가 마약 카르텔을 방불케 한다”며 “수사를 확대해 관련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도박사이트 이용 정보를 공유하던 카페 운영자 박모씨(35)는 2012년 ‘창업’을 결심했다. 도박 중독자였던 박씨는 불법 도박을 하며 느낀 불만에 착안해 해외 도박사이트 총판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도박사이트는 이용이 비교적 쉽지만 딴 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해외 유명 도박사이트들은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지만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박씨는 둘의 장점을 절충했다. 호주 동포를 앞세워 해외 유명 도박사이트 네 곳과 국내 총판 계약을 맺고, 중계사이트 18개를 만들었다. 신뢰도 높은 해외 사이트에 간단한 가입 절차와 편리한 환전·충전서비스를 제공하자 회원은 몰려들었다. 이용자가 딴 돈을 돌려주지 않는 ‘먹튀’를 자제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 덕분에 경찰이 확인한 회원 수만 1만3000여 명에 달할 만큼 인기를 모았다.
사업 스케일 면에서도 대기업 못지않았다. 2014년 8월에는 필리핀 정부 허가를 받아 현지에 도박사이트 회사를 설립했다. 스페인과 영국의 유명 프로축구 구단과 50억원 규모의 정식 후원계약도 체결했다. 2013년 7월부터는 도박 수익 722억원을 투자해 외식·부동산·패션·레저사업 등 15개 업종에 진출했다.
◆일반인도 동원…“마약 카르텔 방불”
조직폭력배들이 주도했지만 범행 과정에서 평범한 일반인들이 대거 가담한 점도 특징이다. 프로그래머였던 안모씨(36)는 2012년 무렵부터 합류해 프로그램 개발, 서버 관리, 디도스 공격 방어 등의 보안책임자 역할을 했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 진모씨(48)는 지난해 사건 변호를 위해 법원에서 받은 500쪽 분량의 수사 기록 파일을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제공해 해외 도피를 돕기도 했다.
돈세탁에도 일반인들이 동원됐다. 유흥주점 관리자 김모씨(37)는 가게 단골이던 운영자들의 부탁을 받아 돈세탁을 해주고 대가로 수억원을 챙겼다. 외제차 딜러 하모씨(33)는 손님으로 알게 된 도박사이트 운영자 부탁을 받고 최고급 외제차 9대를 차명으로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도왔다.
경찰은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검거한 폭력조직 행동대장 최모씨(36)의 송환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외로 도피한 박씨 등 14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인까지 동원하는 범죄 행태가 마약 카르텔을 방불케 한다”며 “수사를 확대해 관련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