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의기투합한 검·경 '2인자'들…"협업 모범 선례 남기겠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정면으로 충돌했던 검찰과 경찰의 수장급들이 변호사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직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새 출발을 한 오세인 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52·사법연수원 18기)과 김귀찬 전 경찰청 차장(57·23기)의 얘기다.

◆로펌 러브콜 마다하고 손잡은 두 사람

26일 오 변호사와 김 변호사를 서울 서초동 법률센터 건물에 있는 ‘김귀찬·오세인 법률사무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 변호사가 지난 22일 변호사 등록을 마치면서 사실상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전에도 검찰과 경찰 출신이 같은 법무법인에 소속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고위직 두 사람이 함께 사무실을 연 것은 최초의 사례로 알려졌다.

오 변호사는 대검찰청 공안2과장과 공안기획관을 지냈다. 대구고검 차장을 거친 후 대검으로 돌아와 초대 반부패부장과 금융범죄 중점수사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장을 역임해 특수수사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고검장을 지낸 후 지난 7월 퇴직했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12만 대한민국 경찰의 ‘넘버2’인 경찰청 차장 출신이다. 사법시험 합격 후 특채로 경찰 조직에 들어가 승승장구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경찰청에서 수사·정보·보안 등 국장직을 세 차례 지낸 것은 그가 처음이다. 김 변호사도 새 정부의 인사로 지난 7월 제복을 벗었다.

김 변호사는 흙수저 출신 경찰 고위직으로도 유명하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혈혈단신으로 상경했다. TV 공장에 다니면서 주경야독했다. 김 변호사는 “힘겨운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법시험에 도전하고 경찰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검찰과 경찰의 업무 협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였다고 한다. 평소 검찰 조직 내에서 오 변호사가 받았던 두터운 신망을 잘 알고 있던 김 변호사는 퇴직한 오 변호사를 찾아 손을 건넸다. 하지만 설득이 쉽지는 않았다. 오 변호사가 공직 생활의 여운을 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가 퇴직 후 히말라야산맥이 있는 네팔 안나푸르나로 여행을 떠났을 때도 김 변호사는 오매불망 기다렸다. 결국 오 변호사는 여러 로펌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김 변호사의 손을 잡았다. 능력뿐 아니라 덕망까지 두루 갖춘 김 변호사의 모습을 재차 확인해서다.

◆“피의자 인권 보호 나설 것”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검·경이 수사권 문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어서다. 오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지만 막상 검찰 밖에 나와 보니 조직 논리와 이익을 떠나서 무엇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될지를 따져보면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와 같이 일하는 모습을 통해 검·경의 바람직한 협업 모델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경찰에서 검찰로 이어지는 수사의 전 과정을 꿰뚫고 있다. 자연스레 전관예우와 같은 비판적인 시각이 따라다닐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전관을 의식하지 않고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피의자 인권 침해 문제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 오세인 변호사

△1965년생 △사법연수원 18기 △강릉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 기획조정·반부패·공안부장 △서울남부지검장 △광주고검장

■ 김귀찬 변호사

△1960년생 △사법연수원 23기 △성균관대 법학과 △대구지방경찰청 차장 △경찰청 정보·수사·보안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차장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