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D 부회장 "중국 OLED 공장 무산 땐 대안 없는데…답답하다" 심경 토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사진)이 중국 광저우에 지으려는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일 공장 건설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중국 투자계획이 불확실성에 휩싸여서다.

한 부회장은 26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광저우 공장 이외의 대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 조치는 기사를 통해서만 알았을 뿐 따로 관련 설명을 들을 기회도 없었다”고 했다. 평소 솔직한 성격에 농담도 즐기는 한 부회장이지만 이날만큼은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그는 “광저우 공장을 못 지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기존 8.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전환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나마도 고객사들과의 계약에 따라 내년까지 생산계획이 잡혀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2019년 6월이나 7월에는 광저우에서 OLED를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부터 신규 투자 계획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부회장은 중국 내 OLED 패널 생산의 불가피성도 역설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현재 5% 수준인 OLED 패널 관세가 15%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이 중국 현지시장에 들어가 TV용 OLED 패널의 입지를 넓혀야 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OLED 생산을 위해서는 설계 기술과 공정 레시피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은 한국에서 파견된 500~600명의 기술자가 담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우려하는 기술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광저우에 LCD 공장을 지어 벌어들인 돈을 생각하면 OLED 공장을 짓지 않으면 큰 손해”라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지난 18일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디스플레이업계와의 간담회에서도 광저우 공장과 관련한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공장 건설 가능 여부에 대해 산업부가 언제 결론을 내줄지 알 수 없어 기다리고만 있다”고 호소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