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없이 미국 음반차트 석권한 방탄소년단… '선명한 스토리 + 진솔한 소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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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8일 발매한 새 앨범 ‘러브 유어 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의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한국 가수 사상 최고인 7위에 오르면서다. 빌보드가 아티스트의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인기를 토대로 만드는 ‘소셜 50’ 차트에서는 방탄소년단이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2위), 아리아나 그란데(3위)보다도 높은 순위다.
방탄소년단은 자본과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국내 3대 주요 기획사(SM, YG, JYP) 소속이 아니다. 이들의 모태는 음반제작자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다. 외국인을 겨냥한 영어 노래 하나 없고 해외에 특별한 프로모션을 하지도 않는다. 이런 방탄소년단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영향력을 넓힌 비결에 문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20세대 사로잡은 ‘스토리 파워’ 방탄소년단의 저력은 ‘이야기의 힘’에서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10대와 20대가 보편적으로 하는 고민을 음악에 담는다. 꿈과 우정, 사랑과 고뇌, 방황, 사회의 부조리함 등이 이들의 음악 주제다.
총알을 막아내는 ‘방탄’을 앞세운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이런 취지가 읽힌다. 10대와 20대에 가해지는 억압과 편견을 막아내고 음악으로 이 세대를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슈에 대해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앨범 ‘화양연화’ 시리즈에선 청춘의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인트로 곡 “오늘따라 림이 멀어 보여/ 코트 위에 한숨이 고여/ 현실이 두려운 소년/ 공을 던질 때면 유일하게 맘이 되레 놓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두번째 앨범 ‘윙스(WINGS)’에선 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유혹을 만난 소년들의 갈등과 성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낸 새 앨범 ‘러브 유어 셀프 승 허’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앨범”(리더 랩몬스터)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은 현실의 거울이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패딩이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자 방탄소년단은 노래 ‘등골브레이커’에서 “휘어지는 부모 등골을 봐도 넌 매몰차”라며 같은 세대에게 자성의 채찍을 들었다. 입시와 취업 경쟁에 숨가쁜 청년들 사이에서 ‘3포 세대’라는 탄식이 나오자 노래 ‘쩔어’를 통해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왜 해보기도 전에 죽여 걔넨 enemy/ 왜 벌써부터 고개를 숙여 받아 energy”라며 자조를 패기로 전복시켰다.
빌보드는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미국 K-POP 차트 기록을 세웠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방탄소년단은 말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타이틀곡인 ‘피 땀 눈물’에서 안무를 통해 인생과 어긋난 관계를 표현하는가 하면 정신적인 고뇌, 아이돌로서의 삶, 여성을 응원하는 노래까지 한국 문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독특한 주제를 다뤘다”는 설명이다.
○‘미국 진출’ 않고 미국 진출 성공한 방탄… 비결은 SNS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주요 차트를 석권하며 미국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에 진출한 적이 없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3대 기획사와 같은 현지 법인이 없다.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일 기회도 지난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은 뒤에야 조금씩 생겼을 뿐 이전엔 거의 없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리가 방탄소년단을 해외에 진출시킨 것이 아니라 현지 팬들이 방탄소년단을 직접 수입한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세계를 연결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영상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 활용이 두드러졌다. 방탄소년단이 일상을 5~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담아 공개한 ‘방탄밤(BANGTAN BOMB)’ 시리즈의 인기가 특히 높았다. 영상은 멤버들이 서로 토론하면서 음악을 녹음하는 과정, 춤을 연습하는 모습, 대기실에서 방송 사전녹화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며 보완점을 논의하는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팬들은 ‘무대 위’ 스타 뿐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는’ 스타의 모습에 친근감을 느꼈다. 세계에서 443만9000명이 유튜브의 방탄소년단 채널 ‘BANGTANTV’를 구독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도 활발히 활용했다. 멤버 7명은 데뷔 초부터 하나의 공식 트위터 계정(@BTS_twt)을 함께 사용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자기 얼굴을 찍은 셀카(셀프 카메라) 사진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방송 출연 소감이나 뒷 이야기 등을 남겼다.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팔로워 수는 860만명에 달한다.
방탄소년단의 트윗에 팬들이 더욱 열광하는 건 멤버들이 여기에 올리는 콘텐츠가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공식 홍보용 콘텐츠가 아니라 자잘하고 평범한 일상의 단면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올라온 트윗이 대표적이다. 멤버들은 ‘방탄멤버방’ 이라는 이름으로 멤버 7명이 함께하는 단체 채팅방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는데 “내가 어제 모기를 다 죽이고 잤는데 왜 웽웽대지” 같은 일상의 대화가 있는 그대로 담겨 있다.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해 온라인 상에 공유하면서 해외에 퍼뜨린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세계인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즐기고 공유하게 된 건 선명한 메시지를 담은 주체적인 콘텐츠와 진정성 있는 소통 덕분이었다”며 “방탄소년단은 뮤지션이 가까이 다가가야 할 대상이 해외 에이전시나 미디어, 해외 유명 스타가 아닌 대중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티스트”라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방탄소년단은 자본과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국내 3대 주요 기획사(SM, YG, JYP) 소속이 아니다. 이들의 모태는 음반제작자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다. 외국인을 겨냥한 영어 노래 하나 없고 해외에 특별한 프로모션을 하지도 않는다. 이런 방탄소년단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영향력을 넓힌 비결에 문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20세대 사로잡은 ‘스토리 파워’ 방탄소년단의 저력은 ‘이야기의 힘’에서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10대와 20대가 보편적으로 하는 고민을 음악에 담는다. 꿈과 우정, 사랑과 고뇌, 방황, 사회의 부조리함 등이 이들의 음악 주제다.
총알을 막아내는 ‘방탄’을 앞세운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이런 취지가 읽힌다. 10대와 20대에 가해지는 억압과 편견을 막아내고 음악으로 이 세대를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슈에 대해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앨범 ‘화양연화’ 시리즈에선 청춘의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인트로 곡 “오늘따라 림이 멀어 보여/ 코트 위에 한숨이 고여/ 현실이 두려운 소년/ 공을 던질 때면 유일하게 맘이 되레 놓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두번째 앨범 ‘윙스(WINGS)’에선 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유혹을 만난 소년들의 갈등과 성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낸 새 앨범 ‘러브 유어 셀프 승 허’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앨범”(리더 랩몬스터)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은 현실의 거울이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패딩이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자 방탄소년단은 노래 ‘등골브레이커’에서 “휘어지는 부모 등골을 봐도 넌 매몰차”라며 같은 세대에게 자성의 채찍을 들었다. 입시와 취업 경쟁에 숨가쁜 청년들 사이에서 ‘3포 세대’라는 탄식이 나오자 노래 ‘쩔어’를 통해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왜 해보기도 전에 죽여 걔넨 enemy/ 왜 벌써부터 고개를 숙여 받아 energy”라며 자조를 패기로 전복시켰다.
빌보드는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미국 K-POP 차트 기록을 세웠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방탄소년단은 말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타이틀곡인 ‘피 땀 눈물’에서 안무를 통해 인생과 어긋난 관계를 표현하는가 하면 정신적인 고뇌, 아이돌로서의 삶, 여성을 응원하는 노래까지 한국 문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독특한 주제를 다뤘다”는 설명이다.
○‘미국 진출’ 않고 미국 진출 성공한 방탄… 비결은 SNS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주요 차트를 석권하며 미국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에 진출한 적이 없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3대 기획사와 같은 현지 법인이 없다.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일 기회도 지난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은 뒤에야 조금씩 생겼을 뿐 이전엔 거의 없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리가 방탄소년단을 해외에 진출시킨 것이 아니라 현지 팬들이 방탄소년단을 직접 수입한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세계를 연결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영상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 활용이 두드러졌다. 방탄소년단이 일상을 5~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담아 공개한 ‘방탄밤(BANGTAN BOMB)’ 시리즈의 인기가 특히 높았다. 영상은 멤버들이 서로 토론하면서 음악을 녹음하는 과정, 춤을 연습하는 모습, 대기실에서 방송 사전녹화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며 보완점을 논의하는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팬들은 ‘무대 위’ 스타 뿐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는’ 스타의 모습에 친근감을 느꼈다. 세계에서 443만9000명이 유튜브의 방탄소년단 채널 ‘BANGTANTV’를 구독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도 활발히 활용했다. 멤버 7명은 데뷔 초부터 하나의 공식 트위터 계정(@BTS_twt)을 함께 사용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자기 얼굴을 찍은 셀카(셀프 카메라) 사진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방송 출연 소감이나 뒷 이야기 등을 남겼다.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팔로워 수는 860만명에 달한다.
방탄소년단의 트윗에 팬들이 더욱 열광하는 건 멤버들이 여기에 올리는 콘텐츠가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공식 홍보용 콘텐츠가 아니라 자잘하고 평범한 일상의 단면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올라온 트윗이 대표적이다. 멤버들은 ‘방탄멤버방’ 이라는 이름으로 멤버 7명이 함께하는 단체 채팅방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는데 “내가 어제 모기를 다 죽이고 잤는데 왜 웽웽대지” 같은 일상의 대화가 있는 그대로 담겨 있다.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해 온라인 상에 공유하면서 해외에 퍼뜨린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세계인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즐기고 공유하게 된 건 선명한 메시지를 담은 주체적인 콘텐츠와 진정성 있는 소통 덕분이었다”며 “방탄소년단은 뮤지션이 가까이 다가가야 할 대상이 해외 에이전시나 미디어, 해외 유명 스타가 아닌 대중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티스트”라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