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미국 FDA 심사 우대 받는다
삼성전자가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할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기존의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헬스케어 관련 웨어러블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6일(현지시간)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핏비트 존슨앤드존슨 로슈 베릴리 등 9개사를 디지털 헬스케어 사전인증 파일럿 프로그램 참가업체로 선정했다. FDA는 디지털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설계 및 유지 능력 등을 평가해 103개 기업 중 9곳을 낙점했다. 이 중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은 외국 기업은 스위스 로슈와 삼성전자 두 곳이다.

FDA는 9개 기업이 개발하는 건강관리 관련 웨어러블 기기, 소프트웨어 등의 제품을 기존의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출시할 수 있도록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혈당치 심방세동 등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임상시험을 거쳐 FDA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은 개별 제품이 아니라 제조사를 기준으로 인허가를 결정하는 것이어서 향후 개발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제품의 인허가 절차가 간소해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2년 건강관리 앱인 ‘S헬스’, 2013년 스마트폰 연동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를 출시한 이후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적외선 센서로 체내 수분량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한 미국 벤처기업 LVL테크놀로지에 675만달러(약 77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단순한 웨어러블 기기 판매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어핏 시리즈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개인의 건강 정보를 체크해주고 이를 통해 쌓은 데이터를 병원과 연구기관 등에 제공해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 등에 쓰일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헬스케어에 특화한 프로세서 등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둘러싼 두 회사 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안정락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