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연구원이 충북 오창공장에서 혈액제제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녹십자 제공
녹십자 연구원이 충북 오창공장에서 혈액제제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녹십자 제공
창립 50주년을 맞은 녹십자가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으로 도약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연내 혈액제제의 품목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북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캐나다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어서다. 캐나다 공장이 지어지면 녹십자는 세계 5위 수준의 혈장처리 능력을 갖춘다. 지난 반세기 혈액제제와 백신 등 필수 의약품 국산화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승부하겠다는 계획이다.

11조원 북미 혈액제제 시장 공략

녹십자 "세계 5대 혈액제제 기업 도약한다"
혈액제제는 녹십자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사업 분야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으로 혈장에서 면역, 지혈 효과가 있는 단백질을 고순도로 분리해서 만든다. 면역결핍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SN(IVIG-SN)’과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 ‘헤파빅’, 혈액 내 단백질이 부족할 때 투여하는 ‘알부민’ 등이 녹십자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이들은 국내 혈액제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전문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이비글로불린-SN은 국내외에서 연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표 품목으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도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아 수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녹십자는 이 제품으로 중남미, 중동, 동아시아에 이어 북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혈액제제 시장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이 중 북미시장이 절반가량인 11조원을 차지한다. 아이비글로불린-SN은 지난해 말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신청했고 자료 보완 등 막바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판매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5위 혈장처리 능력 확보

녹십자는 FDA 판매 허가를 받으면 연산 140만L 규모의 오창 공장에서 생산한 혈액제제를 미국에 수출한다. 국내 생산 제품으로 시장에 안착한 뒤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북미지역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녹십자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북미지역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건설했다. 캐나다 퀘벡주에 짓는 공장은 연산 100만L 규모다. 공장이 완공되면 녹십자는 국내 오창(140만L)과 중국(30만L) 등을 합쳐 270만L의 혈장처리 능력을 갖춘다. 스위스 옥타파마 등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녹십자는 캐나다 공장 건설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시험 생산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2015년 캐나다 혈액사업을 총괄하는 기관인 헤마퀘벡과 8년간 혈액제제 6.24t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녹십자 관계자는 “북미지역은 면역글로불린 가격이 국내에 비해 3~4배 비싸 수익성이 높다”며 “캐나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3000억~4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아시아 최대 ‘셀센터’로 세포치료제 주력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 개발을 통해 다진 면역학과 혈액 기술을 바탕으로 세포치료제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회사인 녹십자셀은 2007년 항암면역세포 치료제 이뮨셀 LC의 국내 허가를 받고 국내 최초로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녹십자랩셀은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K)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간암 치료제의 임상 2상에 진입했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세계 최초로 상업화가 기대되는 B형 간염 항체 치료제 ‘GC1102’는 임상 최종 단계를 앞두고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대장암 치료제 ‘GC1118’도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녹십자는 내년 완공될 아시아 최대 규모인 ‘셀센터’에서 차세대 세포 치료제 CAR-T 등 신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기존 녹십자 R&D센터와 연구개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세포치료제와 혈액제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