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수협은행의 은행장 선임 절차가 또 연기됐다.

수협은행은 27일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었지만 행장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재공모하기로 했다. 이미 후보자를 한 차례 재공모했지만 행추위 내부에서 누구를 추천할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수협은행은 28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후보자를 다시 공모하고, 다음달 18일 후보자 면접을 하기로 했다. 기존에 행장 후보에 지원한 인사들도 이번 공모에 나설 수 있다고 수협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수협은행은 차기 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금융위원장·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추천한 3명과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 2명 등 위원 5명으로 구성된 행추위를 수차례 열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수협은행 정관은 행추위 위원 5명 중 4명 이상 찬성으로 행장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 측 위원과 수협 측 위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측 위원 3명은 이원태 전 행장을, 수협중앙회 측 위원 2명은 수협 출신인 강명석 수협은행 상임감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수협은행은 지난 4월 초 이 전 행장이 퇴임한 이후 지금까지 행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한편 수협중앙회 노동조합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의 수협은행장 인선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지난 26일 내놨다. 수협 노조는 “행추위가 정치인과 관료 출신 관리형 낙하산을 염두에 둔 짜맞춘 각본에 의한 재공모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8년간 비금융 관치 낙하산의 폐해를 톡톡히 경험했다”며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타성에 젖어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져 수협은행의 모든 것이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