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가 빌딩을 지으면서 낸 문화예술진흥기금 130억원이 한푼도 쓰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새 건물을 지을 때는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하고, 직접 설치하지 않는 경우 기금으로 대신 내 순수문화예술 지원에 쓰게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잠자고 있는 기금의 관리권한을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예술 진흥에 쓰겠다더니…
2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건축물미술작품제도’를 통해 적립된 문예진흥기금은 129억5800만원이다. 이 제도는 연면적 1만㎡ 이상 규모의 건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일부(0.5~0.7%)를 미술작품 설치에 쓰거나 설치 비용의 70%를 문예진흥기금으로 출연하도록 정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연면적 1만㎡짜리 건물을 짓는다면 건축주는 1억2684만원을 회화나 조각 등의 미술작품 설치에 써야 한다. 이 금액의 70%(8878만8000원)를 문예진흥기금으로 내도 된다.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조형물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축물미술작품제도가 도입된 건 1995년이다. 공공예술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북돋우고 도시 미관을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그 전까지는 권장사항이었다. 이렇게 설치된 대표적인 건축물 미술작품으로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앞 ‘망치질하는 사람(해머링맨)’이나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빌딩 앞 ‘아마벨’ 등이 꼽힌다. 현재 서울에만 3584개의 건축물 미술작품이 설치돼 있다.
‘망치질하는 사람’이나 ‘아마벨’ 등은 모범 사례로 꼽히지만 그렇지 않은 미술작품도 적지 않다. 건물 한쪽 구석에 방치되거나 예술적 가치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2011년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기금을 낼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고, 이후 적립액이 13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7년째 이 기금을 단 한 차례도 집행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집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리권 넘겨라”…법 개정 요구도
100억원이 넘는 기금이 문체부 곳간에서 잠자다 보니 관리권을 둘러싼 다툼이 만만찮다. 기금 관리를 중앙정부 대신 해당 건물이 있는 곳의 관할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다. 서울시는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해 지자체 기금으로 출연하도록 문체부에 요구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이런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문체부보다 지자체가 지역의 공공조형물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데다 기금이 해당 지역의 공공예술 발전에 쓰이는 게 맞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금 관리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는 방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용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은 “관련 규정이 지역문화진흥법이 아니라 문화예술진흥법에 있는 만큼 기금을 정부가 통합 운용하는 것이 법안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관리권을 넘기기보다 지역에 기금을 배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에서 걷은 기금인 만큼 지역별로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적립비율에 따라 나눌 것인지, 지역문화기금으로 적립할 것인지 등 따져볼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17개 시·도로 나눌 경우 금액이 적어 운용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축물 미술작품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특정 컨설팅회사나 갤러리의 영향력이 커 시장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구조적인 폐쇄성이 유망 신진 작가들의 시장 진입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비자금 조성 통로로 악용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로커가 개입해 가짜 영수증을 발행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한 예술대학 교수는 “1억원짜리 작품을 설치한 뒤 3억원짜리로 처리해도 적발이 힘들다”며 “이 같은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창완밴드가 10년 만에 새 싱글 앨범인 <세븐티(seventy)>를 27일 오후 6시 공개한다. 이 싱글엔 나이 일흔두 살이 된 가수 김창완의 통찰과 회한을 담은 곡 ‘세븐티’와 아이들과 함께 목청껏 외치며 유쾌한 정서를 담은 곡 ‘사랑해’ 등 두 곡을 담았다.타이틀 곡인 ‘세븐티’는 포크와 발라드의 음악적 요소에 사이키델릭과 프로그레시브 록 장르의 색채를 가미한 곡이다. 김창완은 담담하고 무심하게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이 곡에 이야기를 담았다. 팝과 록의 분위기가 섞인 곡 ‘사랑해’는 김창완이 활약했던 밴드인 산울림의 친근하고 유쾌한 정서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산울림의 곡 ‘가지 마오’의 도입부가 연상되는 짤막한 드럼 인토르에 이어 금관악기의 소리와 김창완의 외침, 방배중학교 학생들의 합창이 나오는 흐름이 매력이다.김창완밴드는 앨범 발매에 이어 전국 투어 ‘하루’도 준비하고 있다. 하루는 지난해 11월 김창완이 솔로 앨범으로 내놨던 <하루>의 타이틀 곡이기도 하다. 김창완밴드는 다음 달 7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 공연을 시작으로 강릉, 용인, 익산, 안산, 광주, 김해 등에서 팬들과 만난다. 다음 달 26일엔 김창완이 솔로곡 ‘웃음구멍’을 공개한다.김창완은 “낡은 노래는 사랑방에 걸어두고 새 옷을 입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겠다”며 “히트곡에 안주하지 않고 음악으로 삶과 예술을 실험하고 Z세대에게 다가가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싱글 앨범은 오는 28일 예약 판매에 들어가 4월 정식 판매된다.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복통과 설사를 지속해 장염인줄 알고 방치하다 병원에서 크론병 진단을 받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27일 의료계에 따르면 크론병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의 하나다. 최근 국내에서도 10~20대를 중심으로 진단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크론병 진단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단일 검사로 확진할 수 없어서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할 수 있는 하나의 결정적인 검사는 없다. 환자의 병력과 증상, 혈액·대변 검사, 내시경, 조직검사, 영상 검사를 종합해 판단한다.크론병은 염증이 연속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정상 장과 병든 장이 섞여 있는 '건너뛰는 병변'이 특징이다. 염증이 장의 가장 안쪽 점막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장벽 전체를 침범해,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나 장과 장 사이에 비정상적인 통로가 생기는 누공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송주혜 건국대병원 염증성 장질환클리닉 교수"크론병은 일반적인 장염과 달리 장벽 전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질병의 성격과 경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때문에 초기 진단 단계에서 소장과 대장을 함께 살피는 과정이 중요하다. 국내 크론병 환자는 소장 침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장내시경만으로는 질병의 전체 범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최근에는 반복적인 추적 검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초음파'도 종종 적용하고 있다. 장초음파는 방사선 노출 없이 초음파로 장벽 두께와 염증에 따른 혈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검사다. 장정결을 위한 약 복용이나 금식이 필요하지 않아 불편감이 적다.크론병 치료의 목표는 증상 완화에 그치지 않고, 내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위수정의 단편소설 <눈과 돌멩이>가 선정됐다.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다산북스는 27일 서울 정동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상 수상작과 선정 배경을 발표했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다. 대상작 <눈과 돌멩이>는 20년 가까이 느슨하면서도 각별한 우정을 나눈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암 투병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 ‘수진’이 남긴 유골을 들고, 남겨진 친구 ‘유미’와 ‘재한’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죽은 이가 생전에 설계한 여행지를 산 자들이 따라가며 고인의 참모습과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다. 설원이라는 배경 위에 켜켜이 쌓이는 침묵과 상실의 정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책임과 기억의 무게를 차분히 반추하게 만든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이 지닌 ‘모호함’의 미학에 주목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설경 속 고도로 정교하게 감추어진 삶의 모호함이 백미”라며 “결코 인물과 줄거리로만 환원될 수 없는 훌륭한 단편”이라고 평했다. 김경욱 소설가 역시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불안 속에서 불안을 견디는 힘을 품은 소설”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요하게 내려앉는 ‘눈’과 모든 것을 부술 듯한 강한 성질의 ‘돌멩이’라는 이질적인 이미지를 대비시키면서도 겹쳐 놓는 방식이 인물들의 감정적 변곡점을 자연스럽게 끌어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위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