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1위, 세계 4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부산 사옥이 법원 경매시장에 나왔다. 부산항 바로 옆에 자리잡은 이 건물은 한국 해운업계의 거점 역할을 했다.

2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은 중구 중앙동4가 79의 9에 있는 한진해운빌딩에 지난달 18일 경매개시결정을 내렸다. 2011년 근저당 750억원을 설정한 산업은행이 지난달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토지면적 3669.7㎡, 연면적 3만5000㎡ 규모의 오피스 빌딩(지하 5층~지상 25층)이다. 임차인 등 이해관계자가 배당을 신청하는 배당 요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건물은 수협은행과 부산항만공사(케이엘넷) 등 17개 업체가 빌려 사용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해운업체다. 감정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600억원 정도에 감정가가 잡힐 것”이라며 “통상 경매개시결정 후 4~6개월 안에 첫 경매 기일이 잡히지만 덩치가 커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항만 바로 옆이어서 해운업 관련 업체가 아니면 활용 가치가 높지 않아서다. 이 건물은 지난해 시중에 매물로 풀렸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인 오피스 용도로는 쓰기 어려워 낙찰자가 쉽게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산업은행이 채권을 다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부산 한진해운빌딩은 한진해운이 올해 2월 법원으로부터 최종 파산 선고를 받기 직전까지 국내에서 소유했던 가장 비싼 건물이다. 한진해운의 서울 여의도 사옥은 2009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소유로 등기가 넘어갔다. 여의도 옛 한진해운 빌딩 가격은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