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NH투자증권이 선보인 한국형 헤지펀드 ‘앱솔루트 리턴’은 시장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하는 펀드다. 코스피지수와 같은 벤치마크지수가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연 12%의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목표로 자금을 굴린다. 현재 20여 명의 펀드매니저가 45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앱솔루트 리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33%(지난 22일 기준)다.
SKT·KT 등 비슷한 종목 짝지운 뒤 '롱쇼트 투자'로 연 10% 이상 수익
◆변동성 최소화에 주력

앱솔루트 리턴 펀드엔 10여 가지 투자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개별 종목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일반적인 주식투자부터 롱쇼트, 메자닌, 전환사채 차익거래, 해외 투자 등을 모두 사용한다.

다양한 전략이 쓰이지만 원칙은 하나다.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장은 “시장 움직임과 별개로 일정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변동성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롱쇼트 투자에서 ‘페어(pair·짝) 트레이딩’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어 트레이딩은 성격이 엇비슷한 종목을 짝 지운 뒤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롱), 고평가된 종목을 파는(쇼트) 투자기법이다.

상당수 한국형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업종과 상관없이 오를 것 같은 주식을 매수하고, 내릴 것 같은 종목을 매도하지만 NH투자증권은 같은 업종에서 두 개의 종목을 골라 롱쇼트전략을 편다. 증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롱쇼트전략보다는 같은 업종에서 롱쇼트전략을 구사하는 게 수익률 변동성이 작기 때문이다.

통신주인 SK텔레콤과 KT를 한 쌍으로 묶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범진 NH투자증권 헤지펀드운용1부 부장은 “SK텔레콤과 KT 주가는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두 종목의 주가 격차가 평소보다 크게 벌어질 때가 있다”며 “SK텔레콤이 KT보다 평균 이상으로 떨어져 있으면 SK텔레콤을 매입하고 KT는 공매도하는 전략으로 10% 정도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놓고도 롱쇼트전략을 펼쳤고, 지금은 건설업종에서 두 개의 종목을 선정해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KT의 경우 한국과 미국에 동시상장돼 있다는 점을 이용해 특정 국가에서 과도하게 많이 오르거나 내리면, 그에 맞는 롱쇼트 전략을 펴기도 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하기가 쉽지 않아 페어 트레이딩 롱쇼트를 구사하기 어렵다”면서도 “같은 업종에서 두 종목 간의 주가나 시가총액 격차를 눈여겨보다가 기업의 펀더멘털(체력)에 변화가 없는데도 특정 주식의 주가가 경쟁사보다 떨어졌다면 이를 매수해 단기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사태 이후 주식 투자 축소

앱솔루트 리턴 펀드는 북핵 사태 이후 증시가 출렁이면서 주식 등의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줄였다. 기업 분할 등으로 주가 변동이 생겼을 때 이익을 내는 ‘이벤트 드리븐’ 투자도 축소 대상이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엔 변동성 확대 우려가 작용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은 주식뿐만 아니라 부실채권 투자에도 신중해야 할 때”라며 “전환사채 차익거래나 메자닌 등 시장 상황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인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거나 이들 자산의 현물과 선물의 가격 격차를 이용한 거래는 증시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이 본부장은 “해외 주식이나 원유, 금 등 실물 투자를 통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낮추는 방법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앱솔루트 리턴 펀드 운용진은 2010년부터 6년간 NH투자증권의 내부 자금을 활용하는 거래(프롭 트레이딩)로 연평균 18% 안팎의 수익률을 거뒀다”며 “절대수익 펀드로 입지를 굳혀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기관들의 자금을 끌어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