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들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을 통한 ‘밀어내기’ 매출이 많아 ‘속 빈 강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2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1억7904만달러(약 1조3400억원)로 전월의 9억8255만달러 대비 약 20%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2월 월별 최고액 11억4024만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매출 증가는 따이궁이 면세품을 많이 구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8월 매출은 8억8562만달러로 2월(8억8253만달러)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 외국인 방문객 수가 2월(약 163만 명) 대비 27% 감소한 118만여 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외국인 1인당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상품 대부분을 직접 구입해 판매하는 면세점 특성 때문에 따이궁을 동원해 처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10% 넘는 판매 수수료를 줘가며 따이궁을 경쟁적으로 유치한 결과라는 것이다.

내국인 매출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지난달 내국인 매출은 2억9342만달러로 직전 최고치인 4월(2억9905만달러)에 근접했다. 면세점들이 중국인 관광객(유커)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내국인을 상대로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등 대규모 행사를 한 영향이 컸다.

국내 면세점들은 올 3분기에 매출 등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은 대폭 악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따이궁 유치, 쿠폰 발행 등으로 비용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신라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두 곳을 제외하곤 국내 면세점들이 모조리 적자를 낸 바 있다. 특히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2분기 3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세점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유커가 줄어 영업하기 힘드니 정부가 면세점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해놓고 거둔 사상 최대 매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방안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자칫 “엄살 떤다”는 반응이 나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면세점 업체들은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인하, 특허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