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와 '패닉의 순간'
“모델3가 성공하지 못하면 테슬라는 ‘패닉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 월가의 증권사 번스타인이 27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고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265달러로 확 낮췄습니다. 현 주가보다 23%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말까지 106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소진할 테슬라가 모델3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등을 돌리면서 자금 고갈을 맞을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테슬라는 지난 몇 년간 뉴욕 증시의 스타였습니다. 올해에만 주가가 60% 올라 시가총액이 600억달러에 달합니다. GM 포드 등을 넘어섰습니다.
모델S와 모델X에 이어 지난 7월부터 생산을 개시한 모델3는 테슬라 최초의 보급형 모델입니다. 그동안 연간 판매량이 수만대 수준이던 테슬라가 내년 이 단일모델만으로 50만대를 팔겠다고 공언한 차입니다. 이미 40만대 이상 선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모델이 성공하면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을 위협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와 '패닉의 순간'
하지만 수십만대 대량생산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번스타인은 “부정적으로 보면 테슬라의 현금 지출은 전례가 없을 정도”라며 “조만간 현금이 소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테슬라는 “한 번도 연간 이익을 내거나 플러스 현금흐름을 낸 적이 없는 가장 큰 상장 기업”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같은 규모의 현금 지출이 아마존 등 급성장중인 테크기업들에선 일반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테슬라의 운명은 모델3에 달려있습니다. 테슬라 측은 모델3 양산이 4분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아직은 우호적인 투자자가 많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8월 18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몰려 예상보다 발행액이 3억달러나 늘었습니다. 다만 정크 등급이어서 이자율은 당초 예상됐던 5.25%를 웃도는 5.30%로 결정됐습니다.

번스타인은 테슬라가 향후 몇 분기 안에 모델3의 낮은 마진으로 인해 현금 흐름이 악화하거나, 모델3에 품질 문제가 나타나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면 ‘패닉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패닉의 순간’이란 투자자들이 냉정히 회사 현실을 인식해 갑작스레 등을 돌리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유동성이 말라버리는 때를 말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