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울산노동지청과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지난 19일 롯데호텔 울산에서 연 ‘산업안전과 4차 산업혁명 CEO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산업안전을 다짐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고용노동부 울산노동지청과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지난 19일 롯데호텔 울산에서 연 ‘산업안전과 4차 산업혁명 CEO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산업안전을 다짐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국내 최대 산업도시 울산에 올 들어 공단 내 산업재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울산시는 지난 7월 말 현재 울산국가공단 내 안전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사망자 2명을 포함해 6명으로 작년 7월 13명(사망 4명), 2015년 7월 39명(사망 10명) 대비 각각 53.8%, 84.6% 감소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5년간 한 달 평균 3.4건꼴로 공단 내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전한 일터 만드는 울산] 4차 산업혁명 기술 융합… 빈틈 없는 산업 안전망 구축
허언욱 울산시 행정부시장은 “울산 공단에 최고경영자(CEO)와 안전관리자, 근로자들 간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쓰오일 온산공장은 협력업체의 안전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평소 생산현장 위험 요인 발굴·개선은 물론 조치 내용을 동영상으로 찍도록 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34개 사내 모든 협력업체가 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 평가 인정을 받았다.

SK에너지는 모든 유류 공정마다 가스 감지기를 설치했다. 근로자가 가스 감지기를 식별하도록 형광 테이프까지 부착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안전골든벨 퀴즈대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울산국가공단 내 산업재해를 사실상 사람의 힘으로 막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울산공단에는 유해화학물질 및 초대형 유류·가스 저장시설이 밀집해 작은 사고에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울산국가공단의 연간 위험물질 취급량도 1억602만t으로 전국의 29.1%를 차지한다.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초산, 황산 등 138종의 유해화학물질, 가스 등이 들어 있는 초대형 저장탱크도 1700여 기에 이른다. 지하에 매설된 화학관로와 가스관로, 송유관 등의 통합 관리도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울산시가 울산공단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화합해 산업과 안전이 조화를 이루는 ‘울산형 산업안전 모델’을 구축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공단 내 대형 폭발사고와 화재 등으로 불안해하는 울산시민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사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공동 주최로 롯데호텔 울산에서 열린 ‘산업안전과 4차 산업혁명 CEO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한 융화합 기술이 산업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미래 전망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에쓰오일, 카프로, 대한유화 등 산업공단 CEO와 학계,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참석자들이 대거 몰려 100여 명은 선 채로 두 시간가량 포럼을 들어야 했다.

울산시의회, 국가공단협의회, 안전 관련 공공기관, 시민, 사회단체 인사들의 참석도 눈길을 끌었다. 공단협의회에서는 하태욱 용연·용잠공장장협의회장과 조일래 울산 석유화학단지공장장협의회장, 김태읍 울산외국인투자기업공장장협의회장 등이 안전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들었다. 울산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회 여성 회원들과 울산대 링크사업단, 울산대병원에서도 참석해 중대산업사고 예방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상헌 안전보건공단 홍보팀장은 “산업안전을 주제로 한 포럼에 이처럼 많은 산업계 CEO가 몰린 것은 처음 본다”며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경 산업안전 CEO 포럼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안전행사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울산시는 2018년을 목표로 유엔 방재안전도시 인증과 원전 방사능 방재능력 강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술을 활용한 재난 예·경보 시스템 구축 등으로 울산형 국가산단 안전관리 마스터플랜을 완료할 계획이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울산의 산업안전은 다가올 50년, 더 나아가 100년 뒤에도 울산이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중추산업도시로 지속 성장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안전은 절대 구호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며 “끊임없는 반복 훈련과 학습, 여기에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화합을 통해 빈틈없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