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국무장관 방중…中 류옌둥 부총리 이번주 방미
美中 고위층 잇따른 상호방문… 북핵·트럼프 11월 방중 논의
최근 북한과 미국 최고 수뇌부의 거친 말싸움으로 한반도 긴장이 격화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고위층 간 상호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이번주 방중한 데 이어 류옌둥(劉延東) 중국 부총리가 현지시간으로 28일 워싱턴을 방문하며, 30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는다.

이들 미중 고위급의 잇따른 상호 방문은 올 11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의제 조율이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 제재 미흡을 이유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의 중국 기업·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은 물론 미중 양국이 대립하는 각종 정치·외교·경제 문제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주장하는 가운데 중국이 제제와 대화 병행을 요구하고 맞서는 점을 고려할때 미중 고위급의 상호 방문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근래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거친 어법으로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으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를 시작할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중국은 가능하면 저강도의 대북 해법을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매체들은 작금의 미북 수뇌부 간 험한 말폭탄 교환이 자칫 오판을 부를 수 있다고 보고 "전쟁을 막자"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보인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중 양국은 갈등을 겪어왔으나 관계를 해치지 않았고 수많은 문제를 겪었지만 여전히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세계 질서의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매체는 이어 "북미 간 호전적인 위협은 정책의 공간을 사라지게 한다"면서 "중국이 완충 역할을 중단하면 북미 간에 실제 전쟁을 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언급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나 양국 간 무역 문제를 푸는 만병통치약이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은 양 국민과 전 세계가 협력으로 주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체들은 그러면서 "(두 정상의 만남은) 전략적 오판의 위험을 크게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미중 앞에 놓은 많은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협력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 해외판도 논평을 통해 "북핵 등 민감한 의제를 어떻게 잘 처리할지를 놓고 양국의 정치 신뢰와 지혜를 검증하고 있다"면서 류옌둥 부총리가 참석한 미중 사회·인문 대화가 이런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에서 류옌둥 부총리가 워싱턴에서 사회·인문 대화에 참석해 틸러슨 장관과 만나고, 틸러슨 장관이 주말에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은 시기적절하고 환영할 만 하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틸러슨 장관의 방중은 북한이 무분별한 핵 개발로 한반도를 임계점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해결책을 논의하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싱크탱크 판구연구소의 안강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방중의 주요 의제는 한반도 문제며 현재 상황이 예측불가능함에 따라 한반도 문제 논의는 트럼프 방문에 앞서 준비할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미·중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예측 불가능한 위기 격화에 대비하기 위한 긴급 사태 대책에 대해서도 좀 더 개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댜오다밍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군사적 해결은 아직 미국의 첫 번째 옵션이 아니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주요 대북 조치로 제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경제 및 정치 상황이 트럼프 행정부에 전쟁 개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