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업체 '글리코스' 대표 박경기 씨(27·숭실대)는 어릴때부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2015년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조아라 기자
화장품 제조업체 '글리코스' 대표 박경기 씨(27·숭실대)는 어릴때부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2015년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조아라 기자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젊은이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창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죠. 한경닷컴이 새롭게 선보이는 [조아라의 청춘극장]은 성공한 젊은 창업가들의 실전 스토리를 담아내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예비창업가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어릴 때부터 하루에 여드름이 5개씩 날 정도로 피부가 좋지 않았어요. 화장품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었죠. 뷰티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화장품 유통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화장품 제조업체 '글리코스' 대표 박경기 씨(사진·27)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뷰티 블로거였다. 어릴 때부터 피부가 좋지 않아 여성용 스킨, 로션, 팩 등을 닥치는 대로 써본 경험을 살렸다. 2012년 군 전역 이후 진로를 고민하던 그가 화장품 유통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 블로그도 열심히 했거든요. 하루 1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였죠. 그러다보니 가끔 화장품 브랜드 홍보 대행을 맡기도 했는데 업계 유통 구조를 알 수 있었어요.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팩'을 중국인들에게 팔기 시작했어요. 1년가량 판매에 순수익이 3000만 원 가량 남을 정도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형 업체들이 너도 나도 팩을 팔기 시작하면서 개인사업자가 소량으로 판매하는 팩은 가격 메리트가 떨어졌다. '나만의 상품'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박 씨의 눈에 들어온 게 입욕제였다. 우연히 외국계 입욕제 브랜드 매장을 방문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바꿨다.
셀렌느와 솔레이. 커플입욕제다. 사진=글리코스 제공
셀렌느와 솔레이. 커플입욕제다. 사진=글리코스 제공
희소성 있을 뿐 아니라 백화점에서 접하는 입욕제 브랜드 '러쉬(LUSH)'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업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박 씨는 사업 아이템을 바꿔 2015년 글리코스를 설립했다. 판단은 들어맞았다. 작년에 론칭한 입욕제 전문 브랜드 '폭남 코스메틱'은 매월 온라인 쇼핑몰 회원수가 10~20% 늘어날 만큼 성장세가 뚜렷하다. 최근 러시아, 일본, 베트남 등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을 좋아하긴 했지만 평범한 경영학도였던 그는 입욕제 제조부터 영업까지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했다. 사무실은 재학 중인 숭실대의 창업지원단 내 벤처중소기업센터에 마련했다. 제품 특성상 넓은 공간이 필요해 꾸준히 설득해 보통 입주기업 3곳이 들어갈 정도의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입욕제 만드는 법을 몰라 처음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죠. 시장 가능성을 보려고 결과물을 블로그에 올려놓고는 했습니다. 조금씩 사람들 반응이 나오더군요. 8개월 동안 재료비를 1000만 원 이상 투자해 개발한 입욕제 두 개가 '폭남 코스메틱' 쇼핑몰의 첫 제품이었습니다."

'폭남'은 '폭탄 만드는 남자'의 약자다. 입욕제가 욕조 안에 퍼지는 모습이 폭탄을 연상시켜 그렇게 이름 지었다. 이미지가 강해 브랜드 이름을 각인하는 고객이 많은 편이다. 첫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금은 월 매출 2000만 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셀렌느 입욕제. 사진=글리코스 제공
셀렌느 입욕제. 사진=글리코스 제공
"제품 자체가 마케팅이다보니 제품 개발에 굉장히 신경쓰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는 프랑스 유 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친구를 영입했어요. 전공을 살려 향과 제품 개발을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객 반응이 중요해 항상 귀담아 듣고 있어요."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올해 새로 출시한 입욕제 '셀린느'는 금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페이스북에 올린 셀렌느와 솔레이 커플 제품 영상은 90만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관심을 끌었다. 주요 고객은 20~30대 여성. 친구, 커플 단위로 여행을 떠날 때 주로 구매한다. 한여름과 한겨울이 성수기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입욕제를 대량으로 제조, 판매가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아요. 대형 화장품 업체에서 매월 7000만 원어치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이 들어와도 거절했습니다. 굳이 다른 브랜드 이름으로 제품을 납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내 제품, 내 브랜드가 갖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거든요(웃음)."
"입욕제 하면 바로 국내 NO.1 업체는 '폭남'이라고 누구나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진=글리코스 제공
"입욕제 하면 바로 국내 NO.1 업체는 '폭남'이라고 누구나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진=글리코스 제공
판로도 확보했다. 폭남 코스메틱 입욕제는 숙박 앱 '야놀자' 제휴 호텔에 납품하고 있다. 곧 러시아와 일본 현지의 드러그 스토어, 마트 등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대학 졸업보다는 우선 꿈을 향해 달릴 때라고 생각해요. 해외 진출에 힘을 쏟아 동남아시아 등 리조트, 호텔 위주로 제품을 널리 알리고 판매할 계획입니다. 입욕제 하면 누구나 '폭남'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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