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회관서 첫 학술토론 열려
![고려금속활자 ‘증도가자’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학술토론회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9/AA.14849954.1.jpg)
“평균 크기의 인판(인쇄된 종이)이 가장 많아서 최대치로 하지 않고 그걸로 실험했다.”(정제규 문화재청 상근전문위원)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한 고려금속활자보다 적어도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냐를 놓고 7년째 다퉈온 ‘증도가자’ 논란이 국회로 번졌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금속활자, 문화재인가 아닌가’를 주제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국민의당 국회의원)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고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증도가자 기초학술연구팀이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한 의원들 외에 김두관 민주당, 김학용 한국당,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 등도 참여해 큰 관심을 보였다.
증도가자는 보물(제758-1호)로 지정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된 것으로 학계 일각에서 주장해온 금속활자다. 현존 증도가는 1239년 제작된 번각본으로, 금속활자본은 남아 있지 않다.
토론회에는 그동안 진품임을 주장해온 남권희 경북대 교수를 비롯해 김성수 청주대, 유부현 대진대, 조형진 강남대 교수 등이 발제에 참여했고, 과학적 분석에 참여한 강태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 정제규 상근전문위원과 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 등 심의과정에 참여한 인사들도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성수 남권희 유부현 교수와 조형진 교수는 증도가자에 대한 보물지정 심의 및 이를 위한 분석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판, 주조 실험과 서체분석 등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김성수 교수가 보물지정 심의를 위해 구성한 조사단에 실제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하자 정 전문위원은 “조사단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문화재청이 지난 4월 보물 지정 부결사유로 든 청동초두와 활자가 증도가자와 무슨 관계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황권순 과장은 “소장자가 밝힌 소장 경위를 일일이 확인해보니 일본의 두 번째 소유자가 청동초두와 수반에 담긴 활자 200점을 같이 팔았다고 했는데 2013년 소장자가 이에 대해 언급한 게 있기 때문에 같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남 교수 등은 “신청한 것에 대해서만 진위를 판별하면 되지 별개의 것을 왜 입증하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서체 분석 결과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일치도가 낮다는 점, 상태가 더 좋은 후대 유물인 임진자와의 비교 적절성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토론이 가열되자 활자를 소장한 연구자들이 증도가자 진품설을 견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자 김성수 교수는 “양심에 맹세코 단 한 점도 소유하지 않고 있고, 다른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못 박았다. 오후 3시에 시작된 이날 토론회는 8시가 돼서야 끝났다.
유성엽 위원장은 “증도가자는 금속활자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이제는 끝장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는 게 좋겠다”며 “논란을 피하지 말고 전문가들이 소신껏 지식과 지혜를 발휘해달라”고 강조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