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대학 포기하고 창업 택한 '피터 틸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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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의 벤처 학교
알렉산드라 울프 지음 / 신혜원 옮김 / 처음북스 / 264쪽 / 1만6000원
20세 이하 청년 20명 뽑아 10만달러 창업자금 지원
조건은 "2년간 대학 가지말 것"
소행성에서 광물 채굴나선 괴짜…노화를 '치료'하겠다 말한 천재
시행착오 겪으며 새 길 개척
알렉산드라 울프 지음 / 신혜원 옮김 / 처음북스 / 264쪽 / 1만6000원
20세 이하 청년 20명 뽑아 10만달러 창업자금 지원
조건은 "2년간 대학 가지말 것"
소행성에서 광물 채굴나선 괴짜…노화를 '치료'하겠다 말한 천재
시행착오 겪으며 새 길 개척
피터 틸(50)은 실리콘밸리의 이상과 가치, 꿈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따라붙는 가장 흔한 수식어가 ‘실리콘밸리의 아이콘’이다.
틸은 1998년 온라인결제시스템의 원조 격인 페이팔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설립했고, 2002년 이베이에 회사를 15억달러에 매각해 억만장자가 됐다. 그는 이후 ‘세상을 바꾸는 생각’을 지원하는 벤처투자자로 변신한다. 머스크, 리드 호프먼(링크트인), 스티브 천(유튜브), 제러미 스토플먼(옐프) 등 페이팔 출신들이 세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을 비롯해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리프트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수학 영재’ 출신인 틸도 2004년 빅데이터 분석업체 팰런티어를 설립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업가치 205억달러(약 23조9000억원)에 달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실리콘밸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된 틸은 종종 주류와 다른 역발상으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틸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에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 중 거의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주목받았다. ‘트럼프 지지’가 실리콘밸리의 일반 정서에 반하는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면, 2010년에는 실리콘밸리의 정신에는 부합하지만 미국 주류의 가치와 어긋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쳐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재능 있는 젊은이여, 대학에 들이는 돈과 시간은 낭비일 뿐. 대학 졸업장은 필요없다. 창업하라.”
틸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그가 설립한 벤처캐피털 ‘파운더스 펀드’가 운영하는 재단 ‘틸 펠로십(Thiel Fellowship)’을 통해 ‘20 언더(under) 20’이란 프로그램을 내놨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20세 이하 청년 20명을 뽑아 ‘틸 펠로’란 이름을 붙이고 2년간 10만달러의 창업자금을 주고 멘토를 통해 창업활동을 지원해 준다.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않는다. 단 조건이 있다. 지원금을 받는 동안에는 대학에 다닐 수 없다는 것. 그냥 두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대학에 머물러 있을 인재들에게 남들보다 빨리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다.
피터 틸의 벤처 학교(원제 Valley of the Gods : A Sillicon Valley Story)는 틸의 취지에 공감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틸 펠로 1기생들의 이야기다. 소행성에서 희귀광물을 채굴해 수조달러를 벌겠다는 꿈을 가진 존 번햄, 열두 살부터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실에서 ‘수명 연장’을 연구해 온 뉴질랜드 출신 천재 소녀 로라 데밍, 고등학교 내내 자기 방에서 코딩만 한 런던 남부 출신 제임스 프라우드, 기존과 다른 금융거래 모델로 돈을 벌고 싶은 예일대 2년생 폴 구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저자인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알렉산드라 울프는 틸 펠로 1기 최종 후보 심사 면접이 진행된 2011년 봄부터 최근까지 이들의 남다른 삶을 추적하며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와 문화를 관찰자 시선으로 그려낸다. 개성이 뚜렷한 이들이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문화와 메커니즘을 체험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틸 펠로 1기생은 각자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를 맛보았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올해 1월 시점에서 ‘성공 기준’에 드는 1기생은 P2P대출업체 업스타트를 운영하는 폴 구와 수면패턴추적기 개발업체 헬로를 창업한 제임스 프라우드 정도다. 하지만 ‘실패자’ 중 대학으로 돌아간 사람은 두 명뿐이다. 창업을 권장하고 실패를 ‘훈장’으로 여기는 문화를 몸소 체험한 틸 펠로들은 여전히 실리콘밸리에 남아 ‘아이디어 실험’ 중이다. 저자는 “틸 펠로 대부분은 짧게라도 명성을 얻었고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가 됐다”며 “이들 앞에는 또 다른 길이 있고, 길의 끝에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고 말한다.
틸 펠로십 프로그램도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틸의 저서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 펴냄)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2015년에는 지원자 수가 4800여 명에 달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지원할 수 있는 연령을 20세에서 22세로 높이고, 지원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학년과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대학생에게 창업할 만한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피터 틸의 펠로십이 출범한 이후 대학 진학은 예전만큼 당연시되지 않는다”며 “대학을 자퇴하가나 가지 않으면 더 재능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심지어 천재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틸은 1998년 온라인결제시스템의 원조 격인 페이팔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설립했고, 2002년 이베이에 회사를 15억달러에 매각해 억만장자가 됐다. 그는 이후 ‘세상을 바꾸는 생각’을 지원하는 벤처투자자로 변신한다. 머스크, 리드 호프먼(링크트인), 스티브 천(유튜브), 제러미 스토플먼(옐프) 등 페이팔 출신들이 세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을 비롯해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리프트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수학 영재’ 출신인 틸도 2004년 빅데이터 분석업체 팰런티어를 설립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업가치 205억달러(약 23조9000억원)에 달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실리콘밸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된 틸은 종종 주류와 다른 역발상으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틸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에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 중 거의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주목받았다. ‘트럼프 지지’가 실리콘밸리의 일반 정서에 반하는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면, 2010년에는 실리콘밸리의 정신에는 부합하지만 미국 주류의 가치와 어긋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쳐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재능 있는 젊은이여, 대학에 들이는 돈과 시간은 낭비일 뿐. 대학 졸업장은 필요없다. 창업하라.”
틸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그가 설립한 벤처캐피털 ‘파운더스 펀드’가 운영하는 재단 ‘틸 펠로십(Thiel Fellowship)’을 통해 ‘20 언더(under) 20’이란 프로그램을 내놨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20세 이하 청년 20명을 뽑아 ‘틸 펠로’란 이름을 붙이고 2년간 10만달러의 창업자금을 주고 멘토를 통해 창업활동을 지원해 준다.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않는다. 단 조건이 있다. 지원금을 받는 동안에는 대학에 다닐 수 없다는 것. 그냥 두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대학에 머물러 있을 인재들에게 남들보다 빨리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다.
피터 틸의 벤처 학교(원제 Valley of the Gods : A Sillicon Valley Story)는 틸의 취지에 공감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틸 펠로 1기생들의 이야기다. 소행성에서 희귀광물을 채굴해 수조달러를 벌겠다는 꿈을 가진 존 번햄, 열두 살부터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실에서 ‘수명 연장’을 연구해 온 뉴질랜드 출신 천재 소녀 로라 데밍, 고등학교 내내 자기 방에서 코딩만 한 런던 남부 출신 제임스 프라우드, 기존과 다른 금융거래 모델로 돈을 벌고 싶은 예일대 2년생 폴 구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저자인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알렉산드라 울프는 틸 펠로 1기 최종 후보 심사 면접이 진행된 2011년 봄부터 최근까지 이들의 남다른 삶을 추적하며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와 문화를 관찰자 시선으로 그려낸다. 개성이 뚜렷한 이들이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문화와 메커니즘을 체험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틸 펠로 1기생은 각자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를 맛보았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올해 1월 시점에서 ‘성공 기준’에 드는 1기생은 P2P대출업체 업스타트를 운영하는 폴 구와 수면패턴추적기 개발업체 헬로를 창업한 제임스 프라우드 정도다. 하지만 ‘실패자’ 중 대학으로 돌아간 사람은 두 명뿐이다. 창업을 권장하고 실패를 ‘훈장’으로 여기는 문화를 몸소 체험한 틸 펠로들은 여전히 실리콘밸리에 남아 ‘아이디어 실험’ 중이다. 저자는 “틸 펠로 대부분은 짧게라도 명성을 얻었고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가 됐다”며 “이들 앞에는 또 다른 길이 있고, 길의 끝에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고 말한다.
틸 펠로십 프로그램도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틸의 저서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 펴냄)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2015년에는 지원자 수가 4800여 명에 달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지원할 수 있는 연령을 20세에서 22세로 높이고, 지원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학년과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대학생에게 창업할 만한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피터 틸의 펠로십이 출범한 이후 대학 진학은 예전만큼 당연시되지 않는다”며 “대학을 자퇴하가나 가지 않으면 더 재능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심지어 천재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