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영화 '아마데우스'가 던지는 질문
현대를 살다 간 예술가 중에 극작가 피터 셰퍼가 있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의 작품 ‘에쿠우스’라는 제목은 들어봤음직 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 중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한 것은 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아마데우스’ 아닐까. 연극 대본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1980년도 중반에 영화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고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진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모차르트를 다소 가볍게 묘사해 평론가들로부터 역사적 사실의 과장이라는 의견을 듣기도 했지만 신과 인간의 문제, 천재성과 평범한 가치의 부조리, 옛것과 새로운 것의 대립 등의 주제가 이야기 전개와 맞물리면서 극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극의 제목은 모차르트의 중간 이름인 ‘아마데우스’이지만 극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화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모차르트가 아니라 안토니오 살리에리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보다 나이가 여섯 살 많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궁정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유럽 음악계는 특별히 오페라의 음악적 근본을 이탈리아에서 찾았는데 모차르트가 살았던 당시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이탈리아에서 공부해야 했고, 이탈리아의 음악가들이 인정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빈의 궁정악장인 살리에리도 오페라가 발생한 음악 본토의 음악가로 활동했다.

처음 영화를 관람하고서 지금까지도 필자가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은 살리에리가 모차르트가 써 놓은 악보를 읽어 내려가면서 머릿속에 그의 음악을 그리며 경탄하는 장면이다. 천재의 작품이 이렇게 대단한 것이구나 하며 경탄하는 모습에서, 모차르트가 쓴 작품의 천재성을 느끼는 한 사람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니다. 수십 종류의 악기가 연주하는 음표를 그려 넣은 오케스트라 악보를 눈으로 보면서 살리에리가 자신의 귓가에 악보 위 음표들이 만드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는 얘기다. 필자도 음악을 하지만 악보를 읽어 내려가며 단번에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살리에리는 정말로 놀라운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던 중 그가 만나게 되는 젊은 음악가 모차르트는 너무도 창의적이고 대담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음악성 외에도 놀라운 기억력과 곡을 써 내려가는 능력은 가히 흉내 내지 못할 것이었다. 살리에리 입장에서는 훌륭한 궁정악장으로서의 권세는 일순간 평범한 것이 돼 버렸고, 천재 앞에 선 자신은 지나치도록 평범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악보의 음표를 보고 바로 귀로 들을 수 있는 그의 능력도 모차르트 앞에서는 대수로운 게 아니었다.

평범한 천재와 비범한 영재 중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셰퍼는 그의 작품 ‘아마데우스’를 통해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필자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은 그들의 삶을 보면서 감탄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게 돼 감사하기만 하다. 이번 추석 긴 연휴에는 어느 하루 날을 잡아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나 ‘피아노 협주곡 21번’ 아니면 ‘아베 베룸 코르푸스’ 같은 곡을 틀어 놓고 천재가 주고 간 음악 혜택을 좀 누려봐야겠다.

이경재 <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