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와해(瓦解)라는 말을 어떻게 풀어야 옳을까. ‘무너지다’의 새김이 흔하다. 그러나 정확하게 풀이하자면 ‘떨어져 나가다’로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유래를 살피면 그렇다는 말이다.

옛 제조 공법에서는 원통형 틀을 제작해 흙을 다져 놓고 굳힌 뒤 틀을 4등분으로 깨서 기왓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원통형 틀을 넷으로 쪼개 기왓장을 만드는 일을 와해(瓦解)로 적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와해의 속뜻은 떨어져 나가다, 쪼개지다가 마땅할 듯하다. 떨어져 나가는 것도 많고, 맥없이 쪼개지는 것도 참 무수하다. 하필이면 왜 기왓장이냐는 의문을 지닌 사람에게는 이런 설명이 어쩌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어쨌든 와해는 단단히 맞물려 있던 것들이 쉽게 흩어져 버리는 상태다. 그와 비슷한 맥락의 단어는 퍽 많다. 화살의 시위를 풀어놓은 상태를 일컫는 이완(弛緩)이 우선 그렇다. 나누어져 흩어지고 마는 경우는 분산(分散)이다. 전투에서 도망치다가 이리저리 쪼개지고 흩어지는 상황이다. 싸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리멸렬(支離滅裂)도 마찬가지다. 갈라지고 쪼개져 없어지는 상황이다. 나뉘고, 무너지며, 흩어지고, 쪼개지는 상태를 일컫는 성어 분붕리석(分崩離析)은 중국인이 자주 사용하며 유념하는 성어다. 결속(結束)과 단합(團合)이 중요한 국가 운영에서 극구 피해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사정은 늘 그렇지 않다. 안에서 치고받다가 상처만 안는 우리의 인문적 환경이 큰 이유다. 상잔(相殘)이 도져 더 극단의 싸움을 부른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다. 위기에 몰린 맹수는 오히려 대든다는 뜻의 곤수유투(困獸猶鬪)도 있다. 지독한 궁지에 몰린 상대의 반격으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담고 있다. 내부 싸움에 골몰하다가 쪼개지고 흩어지는 일은 피하자. 전 대통령의 과오, 전전 대통령의 허물까지 파헤치는 지금의 정부가 새겨들을 내용이다. 겨누는 칼끝이 바깥의 적인 북한을 향하지 않고 안으로만 저며든다면 부르는 것은 와해, 분산, 지리멸렬일지도 모른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