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는 발표에도…사그라들지 않는 '생리대 논란'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기저귀에 들어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리대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들은 생리대와 여성질환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역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역학조사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소비자의 불신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전하다"는 발표에도…사그라들지 않는 '생리대 논란'
◆한 달 53개 생리대 평생 사용해도 안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충북 오송 본부에서 ‘생리대 1차 전수조사 및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없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2014년 이후 국내 생산·수입된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등 666개 품목과 어린이용 기저귀 10개 품목이다. 1차 조사에서는 벤젠, 톨루엔, 스티렌 등 생식독성과 발암성이 높은 10종의 VOCs 검출시험을 했다. 최대 함량을 측정하기 위해 동결분쇄한 뒤 가열해 생리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물질을 측정했다.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방출시험과 달리 검출 가능한 위해물질의 최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그 결과 검출된 VOCs의 종류와 양에 차이가 있었으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양이었다. 식약처는 미국 환경보호청, 세계보건기구(WHO) 화학물질안전국제프로그램 등의 독성 연구자료를 토대로 외부 전문가들이 ‘독성참고치’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여성이 생리대를 하루 7.5개, 한 달에 7일씩 평생 사용하고, 팬티라이너는 하루 3개씩 매일 사용한다는 가정 아래 VOCs가 인체에 흡수되는 ‘전신노출량’을 분석했다. 이렇게 도출한 독성참고치를 전신노출량으로 나눈 값인 ‘안전역’이 1 이상이면 안전하다는 뜻이다.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 666개의 안전역은 모두 1 이상이었다. 일회용 생리대는 성분별로 9~626, 면 생리대는 32~2035, 팬티라이너는 6~2546, 공산품 팬티라이너는 17~1만2854, 유기농을 포함한 해외 직구 일회용 생리대는 16~4423의 안전역을 나타냈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어린이용 기저귀 5개사 10개 품목에서도 생리대보다 낮은 수준의 VOCs가 검출됐다. 식약처는 “최악의 조건을 산정했기 때문에 인체 위해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시름 놓은 생리대 제조사

생리대 제조사들은 유해 논란을 벗게 돼 안도하고 있다. 생리대·기저귀 제조업체 5개사는 식약처의 발표 후 공동입장을 발표하고 “안전성과 관계없이 VOCs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검출 여부에 대한 혼란과 우려가 증폭된 점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공통 안전기준을 마련해 지키기로 했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릴리안’ 제조사 깨끗한나라는 환불 접수를 마감하고 추석 연휴 뒤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다.

◆여성환경연대, 안전기준 마련 촉구

여성환경연대 측은 “VOCs 10종만 조사한 상태에서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밝힌 것은 성급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이옥신, 퓨란 등 생리대 전 성분을 조사하고 피해자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연말까지 이번 조사에서 빠진 VOCs 74종의 인체 위해성을 추가로 조사해 결과를 공개하고, 농약과 기타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내년 5월까지 검사를 끝내기로 했다. 환경부, 질병관리본부와 협력해 역학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식약처에 보고된 생리대 부작용 사례는 270건이다.

그러나 부작용 사례가 많은 데다 역학조사로 생리대와 여성질환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영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 부위원장(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은 “역학조사는 생리대 외에도 스트레스, 생활환경, 기저질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역학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문혜정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