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소속인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8일 파리바게뜨에 불법 파견 위반 사실을 고지하고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78명을 직고용하라고 시정명령서를 보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오는 11월9일까지 이들 제빵기사를 직고용하거나, 직고용 수준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직고용 명령으로 프랜차이즈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 본사가 가맹점의 품질관리를 위해 교육·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불법 파견이라는 잣대로 보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기존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5296명)보다 더 많은 인원을 25일 이내에 직고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항변도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직고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빵기사들이 파리바게뜨 본사의 지휘 명령을 지속적으로 받은 만큼 명백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원청(파리바게뜨)은 하청(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위법이다. 이번 시정조치로 제빵기사들의 임금, 복지 등의 처우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노동계는 기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기한 내 제빵기사를 직고용하지 않으면 총 537억원의 과태료(제빵기사 1인당 1000만원)를 내야 하고 검찰 고발도 당하게 된다. 파리바게뜨는 국내 제과·제빵업계 1위 브랜드이자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빵 한류’를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파리바게뜨뿐 아니라 다른 제과업체나 외식프랜차이즈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제빵기사 직고용에 대한 찬반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인건비 절감 노린 명백한 불법 파견…파견법에 따라 직접 고용 의무 가져
자신의 권리 희생당한 제빵기사 이익 지켜줘야


원청회사가 협력업체와 도급·용역 등의 계약을 체결한 뒤 협력업체 직원들을 자신의 직원처럼 지시·관리하면서 활용하면 계약상 도급·용역이라고 할지라도 사실은 파견에 해당한다. 불법 파견이 노동자와 기업에 중요한 이유는 불법 파견인 경우 회사는 도급·용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파견이 가능한 업종은 32개로 제한돼 있으며, 특히 제조업에서는 파견노동이 허용되지 않는다. 파견노동의 무분별한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 28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5378명의 제빵기사가 불법 파견에 해당되며 파리바게뜨 본사가 25일 안에 직접고용을 할 것을 공식 통보했다. 고용부가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을 불법 파견으로 본 근거는 협력업체와 가맹점이 제빵기사에 대해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에게 파견노동자처럼 업무를 지시하고 그들을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명백한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 불법 파견이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명령한 것이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불법 파견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맹점과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의 제빵기사들을 직접 관리해 왔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는 인건비와 관리 부담을 줄이고 싶어 직접고용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었는데 사실 제빵기사의 숙련도와 솜씨에 따라 파리바게뜨와 가맹점의 매출이 결정되기 때문에 직접 관리를 통해 효율성과 이익을 극대화해 왔던 것이다. 인건비는 아끼고 싶고, 정규직처럼 일은 시키고 싶은 기회주의적 경영이다. 더구나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들에게 연장근로수당도 주지 않아 1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니 ‘임금 도둑질’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결정 이후 이상한 이야기들이 슬금슬금 흘러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불법으로 인력을 활용해 왔기 때문에 시정명령을 내렸을 뿐이고 현행법에 따라 직접고용하라고 한 것인데, 일부에서는 정부가 마치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있다는 식의 이상한 뉘앙스와 함께 정부가 기업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게 되면 2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어 사업이 불가능해 진다거나, 제빵기사가 파리바게뜨 정규직이 되면 협력업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거나, 제빵기사의 파리바게뜨 정규직화는 결국 가맹점주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이런 주장들은 타당한가.
반대로 생각해보자. 최소한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 파견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국가가 명백한 불법을 발견하고도 회사 사정을 고려해 모른 척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몇 년 전 대법원은 파리바게뜨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경제적인 파장이 컸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사내하도급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결정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면서 생산의 정상화를 이뤄가고 있다.

지금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 초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인 SPC그룹에 속한 파리바게뜨 처지를 봐 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불법 파견 노동자인지도 모른 채 임금까지 떼이면서 매장 저 뒤편에서 숨죽이며 새벽부터 빵을 만들어 온, 어쩌면 우리의 아들, 딸, 형제일 수 있는 젊은 제빵노동자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다독거릴 때다.

반대

가맹본사 늘어난 비용 결국 점주 몫…점주·소비자에 고용대책 떠넘기는 격
불법 파견 확인 지침 업종별 특수성 반영 못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퇴직자가 선택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파리바게뜨와 같은 대기업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상공인들 대부분이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자 하는 소시민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된 PC방이나 편의점, 카페, 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과 다를 바 없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고 해서 궁극적으로 이들을 경영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결정을 함부로 내려선 안 된다.

제빵기사의 직고용 명령은 정부의 고용대책을 가맹점주인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결국 본사 마진을 올리든지 소비자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프랜차이즈 제품에 대한 가격민감도는 매우 높아 가맹본사들은 소비자 가격을 두고 가맹점주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외면해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고, 올리지 않아도 본사 비용 상승이 가맹점주에게 전가될 수 있다. 가맹점주들은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정부는 또다시 가맹본사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인지 묻고 싶다.

경영 압박요인 외에도 가맹사업 특성상 제빵기사가 가맹본사 정직원이 되면 가맹점주에게 절대 불리한 상황이 벌어진다. 제빵기사가 본사 정직원으로 상주하게 되면 가맹점주는 제빵기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사실 가맹본사의 가이드를 100% 철저하게 이행하는 가맹점은 많지 않다. 지금도 상당수 가맹점주가 본사의 감독관인 슈퍼바이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본사 정직원으로 점포에 상주하는 제빵기사와 갈등이 생긴다면 가맹점주는 계약 해지나 재계약을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일부 가맹점주는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빵 크기나 재료 양을 줄여서 파는 등 소비자에게 공정하지 못한 거래를 시도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조건에 명시돼 있듯이 본사가 품질관리를 위해 가맹점을 통제하지 않거나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지원하지 않으면 가맹사업 자격이 없다. 본사의 지원 의무를 철저히 이행한 것을 가맹사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적은 부처에서 관련 법규를 협의로 해석해 내린 처사는 지나친 면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도 이런 점은 드러난다. 불법파견 여부를 확인하는 지침이 단순제조업종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유통업, 전자제품서비스, 백화점, 호텔 등 업종별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을 받았다.
세상은 다원화되고 사회는 복잡해지며 기존의 법으로는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려운 새로운 업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로 내린 의사결정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게 되고 패자는 억울하다는 응어리가 가슴에 깊이 남게 된다. 이런 식으로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을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갈등의 씨앗을 잉태시킬 뿐이다.

파리바게뜨와 협력업체,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일종의 자회사 정규직으로 제빵기사들을 고용해 불법파견 논란을 없애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고용부에 제안했으나 제빵기사의 동의 없이는 불가하다고 해서 판이 깨졌다는 기사도 있다. 이해관계자 중 어느 한 그룹만 위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조금씩 양보해서 패자가 없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갈등을 풀어나가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유정/심은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