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추석 연휴를 맞아 신한·KB·하나·농협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고향에 가거나 가족과 함께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또 그간 바빠서 읽지 못한 책을 읽으며 1등 금융그룹 유지 또는 도약, 글로벌·디지털 사업역량 강화 등의 경영과제를 구상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연휴 내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 달리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데다 최근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후보 면접까지 보느라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냈다. 윤 회장은 연휴 계획을 묻는 질문에 “가족과 함께하고 책도 서너 권 정도 읽으면서 내년 경영 방향 등을 그려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마천 사기56》과 《위인(爲人):리더의 가치를 살리는 10가지 덕목》 등 연휴기간 읽을 책도 미리 정해놨다. 윤 회장은 “역사책은 당시 배경, 상황 등이 지금과 다르지만 문제의 본질은 일치하기 때문에 혜안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연휴기간 재충전이 끝나면 1등 금융그룹 도약, 국민은행장 분리 이후 지배구조 안정화, 노동조합과의 관계 개선 등 다양한 과제 해결에 나선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가족과 추석을 보낸 뒤 다음달 9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다음달 11~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지역에 들러 기관투자가 관계자와 미팅하고 업무 제휴사인 아마존 본사를 방문하는 일정도 짜놨다. 조 회장은 이번 연휴에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어볼 계획이다.

그는 “과거의 익숙함과 결별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처럼 금융업계도 기존에서 벗어나 혁신과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이 그간 1등 금융그룹을 유지했으나 최근 KB금융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리딩 금융그룹’ 입지를 지켜내기 위한 전략 등을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고향인 충남 보령을 찾아 이틀 정도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나머지 연휴는 독서와 4분기 사업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NH미래혁신리더’들과의 호프 간담회에서 자신이 나눠준 《명견만리》도 직접 읽을 예정이다. 이 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기간 읽고 추천하면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혁신방안 2020’에서도 언급했지만 올 4분기 디지털, 글로벌, 자산관리(WM)사업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경영방향 등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추석 연휴에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등산과 독서로 대부분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김 회장은 올 들어 국내외를 오가면서 금융그룹 차원에서 결제시장 활성화와 해외영업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김 회장은 이번 추석에 《100개의 문과 미친 아이디어》 《언어의 온도》 등의 서적을 읽으면서 경영 아이디어를 새로 채우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