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29일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나 전 기획관 발언이 허위는 아니지만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워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발언이 언론에 보도돼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국민적 공분을 초래했다는 사정이 과도하게 고려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면보다는 강등·정직·감봉 등 징계가 적절하다는 취지다.

나 전 기획관은 지난해 7월 한 언론사 관계자와의 저녁 자리에서 영화 대사를 인용해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 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장을 불렀다. 이에 교육부는 나 전 기획관에게 즉각 대기발령을 내리고, 이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파면을 결정했다. 중앙징계위는 당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점, 고위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크게 손상한 점 등을 고려해 가장 무거운 징계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나 전 기획관은 징계 결정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