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주주구성으로 신속 투자 어려움 예상…중국 부상도 과제
"베인캐피털, 도시바메모리 2020년께 도쿄증시 상장 목표"


우여곡절 끝에 도시바(東芝) 자회사 도시바메모리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과 매각계약을 맺었지만, 일본 반도체 산업은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 됐다.

도시바메모리 매각계약도 완료형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8일 매각계약 뒤 한미일연합을 주도한 미국 베인캐피털이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 돌연 취소한 것도 불안정을 상징한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여곡절 끝에 방패 역할을 한 경제산업성의 후원을 받아 한미일연합 내 일본세력이 도시바메모리 의결권 과반을 쥐는 형태로 매각이 이루어졌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도시바메모리와 현재 협업 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분쟁을 내년 3월 이전에 해결해야 하고,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도 늦어도 6개월 이내에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세계최강 '히노마루 반도체' 도시바 매각 뒤 벼랑 끝"
일본 반도체산업 퇴락도 지적됐다.

신문은 "과거 '히노마루(일장기) 메모리반도체'는 세계를 석권했었는데, 회사들이 속속 패퇴하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도시바메모리는 최후의 보루였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한미일연합과 계약한 도시바메모리 의결권을 일본세력이 쥐게 됐다고 해도 복잡한 주주 구성 아래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적 요소가 너무 많다.

도시바메모리의 향후 운명은 반도체 소재나 제조장치를 포함한 일본 전체 반도체 산업의 부침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도 주목을 끌고 있다.

도시바메모리 경영은 "향후 2조엔(약 20조원)의 인수자금을 대는 10개사 정도가 각각의 이해관계를 조정해가며 쥐게 된다"고 우려됐다.

반도체는 거대 자금이 수시로 투입돼야 하는 산업이다.

그런데 도시바메모리는 구성 회사들과 일본정부의 이해관계와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신속한 경영판이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도시바메모리가 흔들리면 일본 반도체의 미래도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제조장치나 재료를 포함하면 일본 반도체 산업의 규모는 10조엔(약 10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급 생산능력을 가진 도시바메모리 미에현 욧카이치공장의 영향력을 절대적이다.

일본내 타사의 수십곳 전체 반도체공장을 합해도 실리콘웨이퍼 공급력이 욧카이치공장에는 못 미친다.

경제산업성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과정에서 기술유출 저지를 강조했던 것은 욧카이치공장이 관련 산업 전체를 지탱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지적한다.

일본내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의 컴퓨터시대 도래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린 반도체를 효과적으로 양산하는 일본 대기업들이 대거 약진했다.

1990년대에는 NEC가 1위였고, 도시바는 2위, 히타치제작소는 4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상위 10개사 가운데 6개사가 일본 기업일 정도로 히노마루반도체는 맹위를 떨쳤다.

이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세계 맹주 지위에 있던 미국 인텔이 DRAM 사업에서 철수할 정도였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과 대만 세력이 약진하면서 일본세는 밀려났다.

살아남은 것은 도시바메모리였지만 경쟁환경이 앞으로 격변한다.

국책사업으로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중국 세력이 대두하기 때문이다.

수년 뒤 반도체메모리는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예상된다.

매년 1조엔(약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경쟁하는 가운데 도시바메모리는 일본내 기술자나 생산거점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힘겨운 국면이 계속될 듯하다.

한편 한미일연합을 주도하는 베인캐피털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완료한 뒤 2~3년 뒤인 2020년께 새 회사를 도쿄증권거래소 등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29일 보도했다.

베인은 정확한 기업공개(IPO)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도시바메모리의 재무 여건과 시장 상황에 좌우되기 때문에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인수가 안 되면 더욱 그렇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