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 머스크의 새 도전… "로켓 타고 지구 어디든 30분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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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호주 국제우주대회서 신형 우주선 공개
차세대 재활용 우주선 BFR, 화성·달은 물론 지구서도 운행
천문학 비용 들어가는 화성탐사 재원 확보 위한 사업모델 전망
차세대 재활용 우주선 BFR, 화성·달은 물론 지구서도 운행
천문학 비용 들어가는 화성탐사 재원 확보 위한 사업모델 전망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사진)는 몽상가이자 이단아로 불린다. 그가 손댄 진공 튜브 속을 달리는 초음속 열차, 화성까지 가는 거대 로켓, 거대한 태양광 도시 사업은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한결같이 인류의 꿈을 자극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새로운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우주 개척에서만큼은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 마지막 날 특별 강연에서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원대한 구상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대회에선 2024년까지 처음으로 인류를 화성에 보내 40~100년에 걸쳐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당초 계획이 수정되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대신 이를 실현해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우주뿐 아니라 지구상 어떤 곳도 갈 수 있는 가장 크고 값싼 로켓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그의 주요 구상이다. BFR(대형 팰컨 로켓)로 명명한 이 로켓은 길이가 106m가 넘고 어떤 로켓보다 많은 150t의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도록 설계됐다. 사람이 타는 우주선과 로켓 부스터 모두 재활용 로켓 팰컨9처럼 수직으로 발사됐다가 다시 착륙하는 방식이다. 머스크는 “인류가 제작한 가장 크고 비싼 로켓인 새턴5(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낸 로켓)보다 크기는 크지만 발사비는 인류가 만든 어떤 로켓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이날 단지 로켓의 제원만 발표했다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겠지만 그는 역시 승부사였다. 머스크는 이날 BFR을 이용해 세계 어느 도시든 30분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우주 탐사용 로켓을 대륙을 잇는 신개념 운송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이다. 머스크는 “이 거대한 로켓을 화성이나 달만 보내는 데만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공위성 발사와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 달 개척, 여객 수송에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머스크가 이날 BFR을 이용해 세계를 30분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계획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자 행사장을 가득 채운 3000여 명 참석자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의 연설을 지켜본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려한 어휘를 쓰거나 유려한 화술을 구사하는 달변가는 아니지만 한마디에 세계 우주개발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만으로도 머스크가 얼마나 큰 영감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유인 화성 탐사계획의 재원조달 방안을 묻는 말에는 “속옷을 훔쳐서라도 돈을 마련하겠다”는 농담 섞인 답변을 했을 뿐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머스크가 BFR을 범용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화성 탐사에 필요한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모델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송금회사 페이팔 최대 주주였던 머스크는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팔면서 1억65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손에 쥐었다. 그 돈을 종잣돈 삼아 2002년 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해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 2003년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세웠다. 누구도 하지 않은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10분의 1 가격에 로켓을 제작해 화성에 보내겠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일각에선 지금도 그의 구상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꿈 같은 일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머스크는 이런 회의론에 화답하려는 듯 지난달 팰컨 1부터 팰컨 9까지 진행된 로켓 실험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폭발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스페이스X가 보유한 모든 기술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 많은 실패와 여러 단계를 거쳐 개발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도 팰컨 로켓의 개발 과정과 드래곤 우주선 도킹 기술의 발전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고 화성 탐사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사를 차리면서 독학으로 로켓공학을 배운 그는 지금도 로켓 개발의 여러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머스크가 새 계획을 밝히면서 당장 경쟁회사인 록히드마틴과 블루오리진에도 불똥이 튀었다. 록히드마틴은 머스크가 연설에 나서기 불과 수시간 전 2028년까지 NASA와 협력해 화성 궤도에 착륙선을 보유한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 머스크의 연설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빛을 잃었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이날 “자신들은 NASA와 함께 차세대 우주선인 오리온과 달 주변 궤도에 지을 우주정거장인 ‘심우주 게이트웨이’ 구축에 협력하면서 시간을 갖고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화성에 베이스 캠프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스페이스X는 화성 탐사를 철저히 자신들의 일정과 기술로 추진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이 정부에 기대는 모습을 보인 것과 비교해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독자적인 우주개발에 나선 스페이스X에 더 큰 환호가 쏟아지는 이유다.
머스크만큼 우주 개척에 애정이 많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도 긴장하게 됐다. 베저스가 설립한 민간우주회사 블루오리진은 NASA가 2020년 착륙을 목표로 추진하는 달 탐사 계획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주산업 컨설팅 회사인 넥스트젠 스페이스 찰스 밀러 회장은 “머스크가 화성 탐사만 강조하다가 자칫 막대한 규모의 달 탐사 사업을 아마존 창업자인 베저스에게 그대로 넘겨줄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달 기지 건설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베저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
애들레이드=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 마지막 날 특별 강연에서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원대한 구상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대회에선 2024년까지 처음으로 인류를 화성에 보내 40~100년에 걸쳐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당초 계획이 수정되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대신 이를 실현해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우주뿐 아니라 지구상 어떤 곳도 갈 수 있는 가장 크고 값싼 로켓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그의 주요 구상이다. BFR(대형 팰컨 로켓)로 명명한 이 로켓은 길이가 106m가 넘고 어떤 로켓보다 많은 150t의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도록 설계됐다. 사람이 타는 우주선과 로켓 부스터 모두 재활용 로켓 팰컨9처럼 수직으로 발사됐다가 다시 착륙하는 방식이다. 머스크는 “인류가 제작한 가장 크고 비싼 로켓인 새턴5(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낸 로켓)보다 크기는 크지만 발사비는 인류가 만든 어떤 로켓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이날 단지 로켓의 제원만 발표했다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겠지만 그는 역시 승부사였다. 머스크는 이날 BFR을 이용해 세계 어느 도시든 30분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우주 탐사용 로켓을 대륙을 잇는 신개념 운송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이다. 머스크는 “이 거대한 로켓을 화성이나 달만 보내는 데만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공위성 발사와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 달 개척, 여객 수송에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머스크가 이날 BFR을 이용해 세계를 30분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계획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자 행사장을 가득 채운 3000여 명 참석자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의 연설을 지켜본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려한 어휘를 쓰거나 유려한 화술을 구사하는 달변가는 아니지만 한마디에 세계 우주개발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만으로도 머스크가 얼마나 큰 영감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유인 화성 탐사계획의 재원조달 방안을 묻는 말에는 “속옷을 훔쳐서라도 돈을 마련하겠다”는 농담 섞인 답변을 했을 뿐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머스크가 BFR을 범용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화성 탐사에 필요한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모델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송금회사 페이팔 최대 주주였던 머스크는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팔면서 1억65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손에 쥐었다. 그 돈을 종잣돈 삼아 2002년 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해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 2003년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세웠다. 누구도 하지 않은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10분의 1 가격에 로켓을 제작해 화성에 보내겠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일각에선 지금도 그의 구상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꿈 같은 일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머스크는 이런 회의론에 화답하려는 듯 지난달 팰컨 1부터 팰컨 9까지 진행된 로켓 실험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폭발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스페이스X가 보유한 모든 기술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 많은 실패와 여러 단계를 거쳐 개발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도 팰컨 로켓의 개발 과정과 드래곤 우주선 도킹 기술의 발전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고 화성 탐사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사를 차리면서 독학으로 로켓공학을 배운 그는 지금도 로켓 개발의 여러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머스크가 새 계획을 밝히면서 당장 경쟁회사인 록히드마틴과 블루오리진에도 불똥이 튀었다. 록히드마틴은 머스크가 연설에 나서기 불과 수시간 전 2028년까지 NASA와 협력해 화성 궤도에 착륙선을 보유한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 머스크의 연설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빛을 잃었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이날 “자신들은 NASA와 함께 차세대 우주선인 오리온과 달 주변 궤도에 지을 우주정거장인 ‘심우주 게이트웨이’ 구축에 협력하면서 시간을 갖고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화성에 베이스 캠프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스페이스X는 화성 탐사를 철저히 자신들의 일정과 기술로 추진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이 정부에 기대는 모습을 보인 것과 비교해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독자적인 우주개발에 나선 스페이스X에 더 큰 환호가 쏟아지는 이유다.
머스크만큼 우주 개척에 애정이 많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도 긴장하게 됐다. 베저스가 설립한 민간우주회사 블루오리진은 NASA가 2020년 착륙을 목표로 추진하는 달 탐사 계획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주산업 컨설팅 회사인 넥스트젠 스페이스 찰스 밀러 회장은 “머스크가 화성 탐사만 강조하다가 자칫 막대한 규모의 달 탐사 사업을 아마존 창업자인 베저스에게 그대로 넘겨줄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달 기지 건설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베저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
애들레이드=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