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를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생산과 투자, 소비, 고용 등 실물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들이 동시다발로 부진하다. 11조3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고 있지만,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치·안보·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심리도 얼어붙은 상태다. 이대로라면 한국만 ‘나홀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소비와 투자가 모두 뒷걸음질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나빠지고 있는 경기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소매판매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전달 대비 줄었고 설비투자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전 산업생산도 반도체(12.4%)를 빼면 마이너스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1.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악화일로다. 한국은행의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1로 기준선인 100에 크게 못 미쳤다. 경기를 좋지 않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의 10월 BSI 전망치도 비슷한 흐름이다. 기업들의 불안감은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8월 취업자 증가(21만2000명)가 4년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3% 성장률을 향한 경로를 밟아 나가고 있다”고 얘기한다. 소비와 투자가 조정받고 있지만, 세계 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기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나온 9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최대였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나왔다.

지금의 경기 둔화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이 외적 요인이라면, 기업 경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부 정책들은 내적 요인이 되고 있다.

잇따르는 통상임금 소송과 일감몰아주기 조사 등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책들로 인해 기업들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불법파견 조사 및 시정명령을 본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려면 이런 불확실성부터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