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이 추석 연휴 직후 시작된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둘째 주에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지난 1일 밝혔다.

산업은행은 당초 지난달 말 대우건설 실사 작업을 마무리하고 매각 공고를 내기로 했으나 공고 시기를 2주 가량 늦췄다. 최근 대우건설이 국내외에서 수주한 실적을 반영해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다.

◆매각 준비 순항

시공능력평가 3위, 연매출 11조원에 달하는 대우건설은 올해 매각을 위한 몸값 높이기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빅배스(Big Bathㆍ회계상 대규모 부실 털어내기) 이후 해외 부문 원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국내 주택경기 호황으로 올 상반기 4780억원 규모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창민 사장의 ‘최순실 낙하산’ 의혹이 제기되면서 악재가 터졌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7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최씨에게 박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에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 14일 전격 사임했고 산업은행 출신인 송문선 수석부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승계했다. 이를 두고 ‘매각 맞춤형 인사’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왔다.

대우건설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11본부, 1원, 2실, 50담당, 101팀을 8본부, 1원, 37실, 98팀으로 재편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 이어 또다시 조직 군살빼기에 나선 것이다. 주택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를 통합해 아파트, 오피스텔 등으로 분리돼 있던 주거 분야를 통합 관리키로 했다. 또 해외사업 분야를 토목, 주택건축, 플랜트사업본부 산하로 재편해 수주-시공-운영 과정을 단일 사업본부 내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재편했다. 엔지니어링본부는 플랜트사업본부에 통합하고, 전략기획본부 산하리스크 관리 기능을 리스크관리본부로 격상시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업무 효율 개선, 조직 간 조율 기능 강화 및 건설 산업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직 슬림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외국 자본 나설까

산업은행은 다음달 예비입찰을 진행해 11월 중 입찰 적격대상자를 선정하고 12월에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입찰 적격대상자는 직접 대우건설을 실사해 본입찰 때 인수 가격을 제출하면 된다. 산업은행은 내년 1월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는 대상은 사모펀드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지분 50.75%다. 지분 금액은 지난 29일 종가 기준 1조5208억여원이다. 매각주관사인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를 통한 공개입찰방식으로 이 지분을 전량 매각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기업 8∼9곳이 대우건설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계 인프라투자펀드와 사우디 국영기업인 정유업체 아람코가 이번 인수전에 나설지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호반건설, 부영 등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중견 건설업체의 이름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지분 매각 의지가 분명한 만큼 해외자본에 지분을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주 실적을 대우건설 사업계획서에 반영, 투자자들에게 홍보해 대우건설의 매각금액을 재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8월 오만에서 스페인 건설회사인 테크니카스 레우디나스와 조인트벤처 형태로 27억5000만달러(한화 약 3조1천억원) 규모의 정유설비 공사를 수주했다. 정유시설 공장의 주공정을 건설하는 것으로 대우건설의 지분은 35%에 해당하는 9억6250만달러(1조800억원) 규모다.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5차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공사비 규모는 2098억원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1만2102만여주를 주당 1만8000원씩 2조1785억원에 인수하고 추가로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3조1000억여원을 투입했다. 지난 29일 대우건설 종가는 7210원으로 매입가(1만8000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