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울산CLX를 찾은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왼쪽)이 현장 조정실을 방문해 근무중인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2일 울산CLX를 찾은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왼쪽)이 현장 조정실을 방문해 근무중인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이 2일 울산CLX를 ‘깜짝 방문’했다.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 주요 생산 거점인 울산CLX는 원유로 휘발유 등의 석유제품뿐만 아니라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제품 핵심 원료까지 생산한다. ‘산업의 혈액’을 제조하는 업무 특성상 24시간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다. 울산CLX에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 1600여 명은 이번 장기 연휴에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4조3교대, 24시간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사장은 “언제나 한결같이 일하는 여러분이 있기에 회사 실적이 좋아지고 수출도 늘고 있다”며 “힘들더라도 우리 가족과 국가 경제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더 힘을 내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최장 열흘에 이르는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부분 정유·석유화학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것도 거의 모든 생산설비를 돌리는 ‘완전 가동’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완만한 속도로 넘어선 데다 미국 최대 정유·석유화학시설 단지가 있는 텍사스주 멕시코만 지역이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보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평균(27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9.1달러를 기록했다. 9월 초에는 연중 최고치인 1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제품 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값인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 실적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8월 평균 정제마진은 8.5달러, 7월 평균은 7.0달러였다. 지난해 평균 6.1달러와 비교하면 30%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하비의 영향으로 국내 화학업계가 생산하는 에틸렌 가격도 급등했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8월 에틸렌 평균 가격은 t당 1210달러로, 지난 2월(1324달러)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에는 1351달러까지 뛰었다. 태풍 영향으로 미국 내 에틸렌 생산량의 47%에 해당하는 1800만t 규모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용품, 기저귀 등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각종 산업과 생활 곳곳에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린다.

에틸렌 공급이 줄면서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에틸렌 마진도 늘어났다. 국내 기업의 에틸렌 연간 생산 규모는 △롯데케미칼 323만t △LG화학 220만t △여천NCC 195만t △한화토탈 109만t △SK종합화학 86만t △대한유화 80만t 등이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쌍끌이 호황’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전망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256억원으로 추정돼 컨센서스(9100억원)를 웃돌 전망”이라며 “허리케인 하비 이후 정제마진과 유가가 모두 급등한 데다 화학사업부의 이익 강세도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대치를 반영해 지난달 29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종가 기준 19만9000원을 기록해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2014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