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등 소프트웨어에 주력해온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2’, AI 스피커 ‘구글홈’의 새 버전,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드림’, 하이엔드 노트북 ‘픽셀북’, AI 이어폰 ‘구글 픽셀 버즈’ 등 하드웨어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구글이 선보인 스마트폰인 픽셀2(5인치)와 픽셀2 XL(6인치)은 AI 카메라인 구글렌즈를 최초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구글렌즈는 음성 인식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카메라에 비친 사물에 대한 정보를 불러들이고, 사진에 담긴 물체나 글자를 인식해서 알려준다. 음식을 찍고 어떤 음식인지 물어보면 카메라가 답을 해주는 식이다. 두 제품 모두 후면 카메라는 1220만 화소, 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가 적용됐다. 증강현실(AR) 기능도 지원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앞으로 세상은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갈 것”이라며 “구글은 AI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동시에 가져가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이 개발한 AI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이를 탑재하는 하드웨어도 주요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앞서 구글이 대만 기업 HTC의 스마트폰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하드웨어 사업 강화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시넛, 더버지 등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들은 구글의 이번 신제품 공개 행사는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시장을 점령한 구글이 미래 하드웨어 시장을 향해 어떻게 영역을 넓혀나갈지를 보여준 행사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를 매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하드웨어 업체와 협업체제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 강화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앞으로는 삼성전자 등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