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전 자산 10만원으로 출발…세계 4위 오른 신용협동조합
한국의 신용협동조합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합원 예탁금 비과세 제도와 서민 맞춤형 상품을 내놓으면서 덩치를 키운 덕분이다.

8일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한국 신협의 자산 규모(2015년 기준)는 561억달러 수준으로 미국(1조2159억달러), 캐나다(2492억달러), 호주(707억달러)에 이어 세계 4위다.

신협은 1960년 부산에서 27명의 조합원이 3400환(10만원 정도)의 자산을 모아 영업을 시작했다.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들어 연 40%가 넘는 고금리 사채를 쓸 수밖에 없던 저소득자에게 저금리 융자를 해주며 빠르게 성장했다. 1960년 한 곳에 불과했던 신협은 지난 8월 말 900곳으로 늘었다.

1960년 10만원에 불과했던 총자산도 지난해 말 73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순이익도 2282억원으로 15년 연속 흑자를 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채무자에게 돈을 자주 떼이던 채권자들이 신협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서 돈을 맡기는 일이 많았다”며 “이를 재원으로 저소득자에게 대출을 해주며 자산을 늘려갔다”고 설명했다.

신협이 고속 성장한 건 1976년 조합원 예탁금 비과세제도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정부는 서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신협 조합원에게 예금 3000만원, 출자금 1000만원까지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면제해줬다. 시중은행에 예금할 때보다 14%가량 절세효과를 볼 수 있는 혜택을 준 것이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일부 조합들이 부실에 빠졌다. 신협은 조합 수를 3분의 1가량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더불어 보험, 신용카드, 신용카드 단말기 사업 등 수익원 확대에도 노력했다. 신협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 대출 심사 및 감사제도를 정비한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는 사상 최초로 연체율 1%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신협은 개발도상국에서 민간 주도형 협동조합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신협의 강점인 지역밀착 금융조직의 특성을 살린다면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