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는 돌고 돈다. 신기술이나 정책, 정치 변화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한다. 산업 격변기, 정권 교체기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테마주는 한국 경제의 활황기인 1980년대 처음 등장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정설이다. 1980년대 중반 북예멘 유전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경(현 SK네트웍스), 유공(현 SK이노베이션), 현대종합상사 등 관련주가 동반 급등했다. 테마주 등장 초기엔 해당 종목 주가를 끌어올린 테마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었다. 북예멘 광구에선 1987년 말부터 원유가 생산됐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들어서는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코스닥시장을 강타한 정보기술(IT) 및 인터넷 투자 열풍의 후유증이었다. ‘인터넷 사업을 한다’고 소문만 나면 상한가 행진을 벌인 ‘닷컴 거품’ 시대였다.

이때부터 매년 돌아가면서 서로 다른 종류의 테마주 광풍이 불었다. IT 거품이 꺼지자 2005년 바이오, 2006년 엔터테인먼트, 2007년 자원개발 관련 테마주가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테마가 다양해졌고 생겨나 사라질 때까지의 주기도 짧아졌다.

2007년 이후 특정 산업과 관련된 테마가 잠잠해지자 이번엔 정치 테마주가 전면에 등장했다.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때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4대강 사업’ 공약을 바탕으로 중소형 건설주가 수십 배 급등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녹색 테마주’ 바람이 불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를 비롯해 하이브리드자동차(휘발유와 전기를 같이 쓰는 차), 발광다이오드(LED), 자전거 테마주 등이 나타났다.

18대 대선에선 유력 정치인 인맥 테마주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대선 후보와 연관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반기문, 안철수 테마주 등이 뉴스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한국에선 불공정거래의 처벌 강도가 선진국보다 낮아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려는 세력이 끊이지 않는다”며 “테마주 단타 매매로 일시에 큰돈을 벌어보려는 개인투자자 숫자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다”고 꼬집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