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평화'에 들떠 있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1939년 9월1일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몇 해 전 영국을 휘감은 기류를 이렇게 기록했다. 총 여섯 권으로 이뤄진 저서 《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을 통해서다. 이 책은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2015년엔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당시 영국은 ‘거짓평화’에 속고 있었다. 1938년 9월30일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독일 뮌헨에 있는 아돌프 히틀러 사저에서 히틀러를 만났다. 그는 ‘서로 다시는 전쟁으로 돌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미리 준비한 선언문을 제시했고, 히틀러는 이의 없이 서명했다. 체임벌린은 이른바 뮌헨협정의 공동 성명서를 들고 귀국했다. 환영 나온 저명인사들과 군중에게 자랑스러운듯 성명서를 흔들어 보이고서 읽어주었다. 총리 관저 창가에서도 그 종잇장을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독일에서 다우닝가로 전쟁 없이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평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전쟁 발발 후 8개월이 지난 시점엔 전쟁을 준비 못하고, 못 막은 책임론이 들끓었다. 1940년 5월10일 보수당의 처칠이 총리로 취임하고 거국연립내각 구성을 앞뒀을 때다. 노동당과 자유당이 뮌헨협정 체결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처칠은 공식적인 책임이 (보수당의) 체임벌린 전 행정부에 있었다고 시인했지만 분열은 용납하지 않았다. “현재로 과거를 심판하려고 한다면 미래를 잃어버릴 것”이라며 맞섰다. 시대의 중압감이 자칭 이단 사냥꾼인 양하는 자들을 억제했다고 썼다.
권력은 '축복'이어야 한다
처칠은 누란의 위기(독일의 영국 대공습) 앞에서 행동했다. 권력은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나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때는 저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력이 국가 위기를 맞아 어떤 명령을 내려야 하는가를 아는 자에게 주어진다면 그것은 축복이라고 규정했다. 권력의 사명을 꿰뚫고 용기, 결단과 결합했기에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그는 1940년 5월13일 행정부 신임을 묻는 하원 표결 직전 대국민 연설을 했다. “내가 드릴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정책은 우리의 모든 힘과,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모든 힘을 합쳐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한마디로 승리입니다. 나는 모두의 도움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칠은 만장일치 신임을 받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방대한 문서를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을 기록하고,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통찰과 교훈까지 후세에 남겼다. 자신의 진정한 희망은 두려운 미래의 전개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북한 핵 위기에 처했다. 그의 울림은 크고도 크다.
김홍열 국제부장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