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로베스피에르의 실패'를 따라가려나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 정책이 커다란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하고,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키로 했다. 최근엔 고용노동부가 제빵 프랜차이즈업체인 파리바게뜨 본사에 가맹점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뿐만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압박, 통신요금 인하 등 매우 분주하다.

그러나 정부는 전지전능한 신(神)이 아니다. 하느님이 빛이 되라고 해서 빛이 되듯 정부가 그렇게 하라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인간사다. 1944년 출판된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에서 “개인(민간)의 일을 정부의 일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재앙과 독재로 귀결되고 만다”라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경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민간의 일에 개입함으로써 야기된 재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도 없이 많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게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기의 막시밀리앵 드 로베스피에르 사례다. 그는 권력을 잡자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반적인 생필품 가격을 통제했다. 대중은 이에 열광했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의 의도와는 달리 생필품 가격이 오히려 폭등해 서민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대중의 열광은 분노로 바뀌었고, 로베스피에르는 단두대로 끌려갔다.

중국의 마오쩌둥도 마찬가지다. 1958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후 최고 권력에 오른 그는 농공업 증산을 목표로 삼고 ‘대약진운동’을 추진했다. 어느 날 농촌을 시찰하다 참새가 곡식 낱알을 먹는 모습을 보고 참새를 없애야 식량이 증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새 박멸을 지시했다. 대륙 전역에서 대대적인 참새 소탕작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천적인 참새가 없어지자 해충이 창궐해 대흉작을 맞았다. 수천만 명이 굶어 죽는 대재앙을 겪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이 1970년대 중반 이후 고실업 저성장 상태에 빠지며 ‘유럽의 병자’ 소리를 들었던 것도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라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경직적인 노동제도와 복지국가 이상을 실현하려 한 각종 반(反)시장적인 제도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독일은 2003년 ‘하르츠 개혁’으로 다시 유럽의 강자로 부상했다.

1870년부터 195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생산성을 보이며 선진국에 진입한 스웨덴이 50년 가까이 침체에 빠진 이유도 196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제도 실현을 위해 정부가 경제에 과다하게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세기말 무렵 자유시장경제체제로의 구조 개혁을 단행하면서 스웨덴 경제는 살아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루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던 영국이 1960~1970년대 심각한 경기 침체와 ‘영국병’을 앓았던 원인 또한 국가주도 개입 정책 때문이었다. 영국 경제는 1979년 집권한 마거릿 대처 총리가 추진한 공공부문 개혁,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 개혁, 재정지출 억제 덕분에 다시 살아났다. 미국이 1970년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것도 방만한 재정을 운용하면서 대규모 복지 정책과 노동자 과보호 정책을 쓰고, 대규모 화폐를 발행한 탓이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자유시장 경제원리에 바탕을 둔 경제 정책을 시행하자 경쟁력이 회복됐다. 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부유한 국가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가 지금 최하위 국가로 전락한 것도 인기영합주의에 따른 과다한 국가 개입 때문이었다. 레닌과 스탈린의 소련, 폴 포트의 캄보디아,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베니토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식민지 이후 아프리카 사회주의, 쿠바의 공산주의 등 정부의 과다한 개입으로 재앙을 맞은 국가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지금처럼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한국도 하이에크 경고에서 예외일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국방과 치안 등 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