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자
추석 연휴 판사와 변호사 부부의 아동방치 사건이 큰 관심을 끌었다. 괌 여행 중 아이들을 차량에 방치하고 쇼핑했다가 미국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조인인데 아이들을 방치한 시간에 대해 거짓말했다는 비난이 있다. 법률과 문화의 차이를 가지고 너무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을 한다는 항변도 있다. 우리 법원의 진상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쉽게 정리되지는 않을 듯하다.

변호사로서 아동방치 사건과 같은 기간에 발생한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와 크게 다르다고 느낀 것이 있다. 피의자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하는 미국 언론의 태도다. 우리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정도가 아니면 파렴치범이건 흉악범이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만 접하고 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명예훼손 시비와 손해배상청구를 대비해 모자이크 처리까지 해주고 있다.

아동방치 사건의 경우 판사 부부의 머그샷이 그대로 미국 언론에 노출됐다. 머그샷이란 체포된 용의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수사기관에서 촬영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제공했기 때문에 언론에서 머그샷 보도가 가능하다.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의 범죄자 스티븐 패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동거녀의 사진까지 그대로 언론에 노출됐다.

사실 국내에서도 정치인,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출석할 때면 포토존에 세우고 수갑을 찬 상태로 호송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다.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 등의 사생활은 일반인과 달리 일정 부분의 공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적 인물의 이론을 근거로 한다. 죄질로 따지면 유명인의 범죄에 비해 결코 경미하지 않은 아동 성폭행범이나 연쇄살인범의 얼굴이 오히려 보호되는 실정이다. 제대로 보도할 수 없다 보니 오히려 엉뚱한 사람의 신상이 공개돼 제3의 피해자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제 우리도 재범이나 제3의 피해자 방지라는 공익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파렴치범이나 흉악범의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의 폭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사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의 위험성을 제거해줘야 한다. 남자가 40대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책임을 지지 못할 행동을 한 얼굴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

거울을 본다.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기 위해 더욱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거울 속의 내가 말해주고 있다.

이찬희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chanhy65@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