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선택은
부시 발언 따라하는 트럼프
'군사적 옵션' 언급 원조는 부시
트럼프도 연일 강경대응 쏟아내
'악의 축' '불량정권' 표현도 비슷
'이라크 파병식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법' 찾나
14년전 미국 '북폭설' 제기 상황서
노무현 전 대통령, 극렬 반대여론 속 '파병' 결단
문 대통령, 대화와 군사옵션 사이 난국 돌파할 카드 고심
FTA·방위비 협상 활용할 수도
◆‘부시 어록’ 참고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직 한 가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는 ‘군사적 옵션’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틀 전 미 군수뇌부가 백악관에 모인 것을 “폭풍 전 고요함”이라고 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을 다루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수십억달러만 주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썼다.
대북 군사적 옵션이라는 표현의 원조는 부시 전 대통령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외교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이 우리의 마지막 선택”이라고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존재를 인정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지 두 달 후 나온 발언이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골 메뉴도 이때 부시 전 대통령이 처음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를 “불량 정권”이라고 지목했다. USA투데이는 이를 두고 “2002년 1월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국정 연설을 업데이트한 버전”이라고 썼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북한·이란 세 나라를 ‘악의 축’으로 꼽았다.
◆악화된 상황 속 文의 선택은
문 대통령 역시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행보와 닮은점이 많다. 당시 본인이 청와대에서 일했고 제재 중심인 미국과 대화 우선인 한국의 대북 정책 방향이 다른 점이나 미국에서 북폭설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 비슷해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에서 “2003년 5월 첫 한·미 정상회담 당시 북핵에 대한 한·미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미국의 네오콘 사이에서 북한 폭격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며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만나 어떻게든 평화적 해결로 방향을 틀도록 하는 것을 미국 방문 목표로 잡았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뚝심으로 밀어붙여 정상회담에서 우리 요청이 수용됐고, 노 대통령이 고마움의 표시로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한국전쟁 때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군사적 옵션’ 같은 대북 강경 문구를 넣지 않고 대화나 평화를 강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면서 6·25전쟁에 참전한 미국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카드를 선택해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도움으로 북핵문제 6자회담을 성사시켰다. 때마침 미국의 관심도 북한에서 중동 문제로 옮겨가 2007년에 남북 정상회담까지 열렸다. 하지만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체제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한·미 FTA 개정 협상과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셀 것”이라며 “그런데도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추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