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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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미래…인간보다 더 존엄한 복제인간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12일 개봉)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고전 ‘블레이드 러너’를 35년 만에 승계한 속편이다. 제작자로 나선 스콧 감독이 ‘컨택트’ 등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재치있게 전달한 빌뇌브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전편은 파격적인 비주얼로 인간 존재의 가치를 묻는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속편은 전편의 진정성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작이다. 인간과 리플리컨트(복제인간) 간 경계가 무너지고, 진실과 거짓이 뒤엉켜 있는, 혼돈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또한 복제인간에 의해 인간이 죽임을 당하고 여성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미래의 어두운 실상도 고발한다.
속편은 첫 편의 릭 데커드 역 해리슨 포드가 늙은 모습으로 출연한 만큼 시간이 흐른 뒤가 배경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인 K(라이언 고슬링 분)는 예전의 릭 데커드처럼 인간 통제를 벗어난 복제인간을 색출해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블레이드 러너다. K는 어느날 복제인간이 아이를 낳았을지도 모른다는 혐의점을 추적하면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K는 상징적인 죽음을 경험한 뒤 재생과 부활의 수순을 밟는다.
이 영화에서는 전편에 걸쳐 여성이 상처입거나 일그러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폐허의 도시에는 거대한 여성 조각상들이 나뒹군다. 도시의 밤거리는 초대형 네온사인 광고판의 여성들이 환히 밝힌다. K가 가장 아끼는 여인은 실제 인간이 아니라 홀로그램이다. K의 여성 상사도 복제인간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나마 온전한 여성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 메이커(기억을 만드는 사람)는 무균실에 갇혀 살아야 할 만큼 병약한 존재다. 이 모든 장치는 복제인간이 양산되는 미래에 여성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고발의 메시지다.
과학을 맹신한 나머지 윤리를 상실한 인간들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비판한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복제인간이 말을 듣지 않자 블레이드 러너를 보내 제거한다. 블레이드 러너도 여성의 자궁에서 태어난 인간이 아니라 공장에서 제작된 복제인간이란 점은 아이로니컬하다.
통제를 벗어나 독립 생활을 하는 복제인간이 오히려 인간이 잃어버린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 한 복제인간은 “옳은 일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게 진정한 인간”이라는 신념으로 기꺼이 목숨을 던진다. 다른 복제인간들도 억압의 사슬을 끊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봉기를 준비한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전편은 파격적인 비주얼로 인간 존재의 가치를 묻는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속편은 전편의 진정성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작이다. 인간과 리플리컨트(복제인간) 간 경계가 무너지고, 진실과 거짓이 뒤엉켜 있는, 혼돈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또한 복제인간에 의해 인간이 죽임을 당하고 여성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미래의 어두운 실상도 고발한다.
속편은 첫 편의 릭 데커드 역 해리슨 포드가 늙은 모습으로 출연한 만큼 시간이 흐른 뒤가 배경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인 K(라이언 고슬링 분)는 예전의 릭 데커드처럼 인간 통제를 벗어난 복제인간을 색출해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블레이드 러너다. K는 어느날 복제인간이 아이를 낳았을지도 모른다는 혐의점을 추적하면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K는 상징적인 죽음을 경험한 뒤 재생과 부활의 수순을 밟는다.
이 영화에서는 전편에 걸쳐 여성이 상처입거나 일그러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폐허의 도시에는 거대한 여성 조각상들이 나뒹군다. 도시의 밤거리는 초대형 네온사인 광고판의 여성들이 환히 밝힌다. K가 가장 아끼는 여인은 실제 인간이 아니라 홀로그램이다. K의 여성 상사도 복제인간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나마 온전한 여성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 메이커(기억을 만드는 사람)는 무균실에 갇혀 살아야 할 만큼 병약한 존재다. 이 모든 장치는 복제인간이 양산되는 미래에 여성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고발의 메시지다.
과학을 맹신한 나머지 윤리를 상실한 인간들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비판한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복제인간이 말을 듣지 않자 블레이드 러너를 보내 제거한다. 블레이드 러너도 여성의 자궁에서 태어난 인간이 아니라 공장에서 제작된 복제인간이란 점은 아이로니컬하다.
통제를 벗어나 독립 생활을 하는 복제인간이 오히려 인간이 잃어버린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 한 복제인간은 “옳은 일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게 진정한 인간”이라는 신념으로 기꺼이 목숨을 던진다. 다른 복제인간들도 억압의 사슬을 끊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봉기를 준비한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