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발표된 노벨경제학상은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동저자인 그는 사람들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행태가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행동경제학자’입니다.

그런 그가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휼륭한 투자자로 활동해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993년 캘리포니아 샌마테오에 ‘퓰러&세일러자산운용’을 설립해 지금도 고문을 지내고 있는 겁니다. 특히 8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중인 이 회사는 운용실적이 놀랍습니다.
이 회사의 주력펀드인 58억달러 규모의 ‘언디스커버드 매니저스 비헤이비럴 밸류 펀드’는 2009년 3월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시작된 이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수익률의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S&P500 지수가 277% 오른 반면 이 펀드의 클래스A 주식은 512% 상승한 것입니다. 소형주를 주로 운용하는 이 펀드의 수익률은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의 수익률 340%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특히 펀드 이름에서 보듯 이 펀드는 행동경제학을 응용해 운용합니다. 세일러 교수는 지난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행동경제학을 활용하면 턴어라운드 신호를 보여주는 회사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쓰는 한 가지 방법은 내부자거래를 보는 것”이라면서 “내부자,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보유 주식을 갑자기 두배 가량 늘린다면 우리는 그 회사 주식을 매우 좋게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펀드의 주요 투자자엔 은행들과 부동산회사, 비행기부품회사, 화학회사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펀드는 운용수수료가 1.44%로 상당히 높은 게 약점입니다. 이 회사가 운용중인 또 하나의 펀드 ‘퓰러&세일러 비헤이비럴 스몰캡 에퀴티펀드’도 올해 14.7% 수익률을 보이면서 벤치마크 지수들을 넘어섰습니다.
이 회사엔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명예고문으로 몸담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급으로 2002년 수상했던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입니다.
세일러 교수는 자신의 개인포트폴리오는 전혀 운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절대 소유해서는 안되는 주식은 당신이 일하는 회사 주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항상 실제 자신보다 자신이 더 나은 투자자라고 생각하지요. 제가 드리는 가장 큰 조언은 시장 흐름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정말 대단한 투자자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과거 수익률을 계산해보세요. 우리는 주식운용 펀드매니저의 대다수 (수수료를 뺀) 수익률이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낮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