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진이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크게 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모이면 항상 시끌벅적한 개그맨들과 무려 15년 동안 동고동락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 개그맨에서 연예부 기자로 전향했다. 회사라는 조직이 낯설기만 한 신입사원 황영진은 언론사에 어떻게 적응해가고 있을까.
2003년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잭슨황'으로 인기를 모은 황영진은 지난 8월 연예매체 텐아시아에 입사해 연예부 기자가 됐다. 한 달 간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정식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회사 생활은 처음이라 이제야 회사원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아침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겼죠. 예전에는 오후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정말 모자라고 촉박해요."
황영진은 개그맨이라는 첫 번째 꿈을 이룬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 꿈인 기자가 됐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새 조직에 몸 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 이야기에 파고들기 좋아하는 그의 성격이 기자직에 잘 맞았으며, 여러 행사에 사전 MC로 참여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황영진은 기자로서 아주 큰 강점을 가졌다. 바로 15년간의 연예계 생활이다. 그는 동료 개그맨 이문재, 한다혜 커플의 결혼 기사를 특종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미키광수의 근황을 전한 인터뷰 기사로 화제를 모았다. 또 배우 신지수의 결혼 소식도 단독으로 전했다. 하루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방송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연예인이 아닌 기자로서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고정 패널로 합류하게 된 것. 그는 회사 생활에 방송 녹화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잠 잘 시간이 부족하다면서도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개그맨에 기자라는 타이틀을 얹으니 방송에서 많이 불러주더라고요. 기자 경력은 짧지만 연예계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유리한 것 같아요. 웃기는 건 1등이고 정보력과 전달력까지 갖춘 재미있는 방송인이 되는 게 목표예요."
황영진은 최초의 개그맨 출신 기자답게 남다른 포부를 품고 있다. 자신이 기자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언론사 채용 과정에 있어서 개그맨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개그맨 출신들이 활발하게 활동해서 '개그맨인데 이런 일도 잘하는구나'라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20년 동안 무명이었던 김생민 선배님이 뜬 것을 보고 희망이 생겼죠. 저도 열심히 해서 많은 개그맨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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