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진 저널] '혼돈의 가장자리'에 선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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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중국 사드보복·미국 통상압박에
또다른 외환위기 악몽 되풀이 우려
최악 상황 막을 방책 있기는 한가"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또다른 외환위기 악몽 되풀이 우려
최악 상황 막을 방책 있기는 한가"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참으로 우울한 추석연휴였다.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국내 공장과 사무실을 비우고 공항을 통해 ‘추석 엑소더스’에 나선 사이 한국 사회, 특히 기업들의 허리엔 버거운 짐들이 새롭게 얹혔기 때문이다. 워싱턴발(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사실상) 개시’라는 숙제는 우리 사회를 반목과 질시로 밀어 넣고 있는 ‘적폐’ 청산, 민주노총 산하 방송노조의 작업거부, 탈(脫)원전 공론화 등과 뒤섞여 사실상 한국 사회를 복잡계 이론에서 쓰이는 용어인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로 내몰고 있다.
장단이라도 맞추려는 듯, 우리가 지루한 추석연휴를 보내고 있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풍 전 고요(calm before storm)’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반도가 바늘만 얹어도 부러질 수 있는 낙타 허리 같은 임계점, 즉 ‘혼돈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는 상황인식을 확인하는 데 일조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대표되는 중국발 리스크에 이어, 미국발 악재는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더 심각한 짐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달 22일 한국·중국·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한 데 이어, 삼성과 LG 세탁기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편 월풀의 청원에 동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이면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법원의 통상임금과 관련한 친(親)노조 판결로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자동차업계가 한·미 FTA 개정으로 빚어질 수 있는 관세 부과, 수출물량 감소 가능성 등으로 ‘멘붕’ 상태에 빠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FTA 개정협상이 본격화하면 한국의 철강, 농업, 서비스 분야가 새롭게 떠안아야 할 짐들은 한국을 또 다른 외환위기의 늪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가 미 중앙은행(Fed)의 보유자산축소(금리인상)가 지닌 가공할 잠재 파괴력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는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 북핵 그늘은 우리나라 국제 신인도에까지 적신호가 켜지게 만들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S&P, 피치 등이 한국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게 바뀌고 있어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려는 듯, 추석 직전인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외국인들이 국채를 중심으로 3조원어치의 채권을 팔아치웠고 지난달 26일에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 19개월 사이 최고치인 74.71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발판이 됐던 미국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10일 만기가 된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또한 연장이 불투명하다는 소식도 우울한 일이다.
경제학이 ‘암울한 학문’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는 “경제학자로서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재상황과 무관하게 위기를 (거론하고) 예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비관주의는 (지식인들이 스스로의) 지적능력(을 과장하기 위한) 지표”라고 했을 정도다.
위기의식은 그만큼 편향적인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젊은이들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곶감 빼먹기에 도취되게 만든 추석연휴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더욱이 북핵과 미사일, 개성공단 일부 가동 정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따가운 가운데 안동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춤 공연장에서의 모습은 너무 한가하지 않았나 싶다.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장단이라도 맞추려는 듯, 우리가 지루한 추석연휴를 보내고 있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풍 전 고요(calm before storm)’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반도가 바늘만 얹어도 부러질 수 있는 낙타 허리 같은 임계점, 즉 ‘혼돈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는 상황인식을 확인하는 데 일조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대표되는 중국발 리스크에 이어, 미국발 악재는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더 심각한 짐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달 22일 한국·중국·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한 데 이어, 삼성과 LG 세탁기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편 월풀의 청원에 동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이면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법원의 통상임금과 관련한 친(親)노조 판결로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자동차업계가 한·미 FTA 개정으로 빚어질 수 있는 관세 부과, 수출물량 감소 가능성 등으로 ‘멘붕’ 상태에 빠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FTA 개정협상이 본격화하면 한국의 철강, 농업, 서비스 분야가 새롭게 떠안아야 할 짐들은 한국을 또 다른 외환위기의 늪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가 미 중앙은행(Fed)의 보유자산축소(금리인상)가 지닌 가공할 잠재 파괴력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는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 북핵 그늘은 우리나라 국제 신인도에까지 적신호가 켜지게 만들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S&P, 피치 등이 한국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게 바뀌고 있어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려는 듯, 추석 직전인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외국인들이 국채를 중심으로 3조원어치의 채권을 팔아치웠고 지난달 26일에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 19개월 사이 최고치인 74.71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발판이 됐던 미국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10일 만기가 된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또한 연장이 불투명하다는 소식도 우울한 일이다.
경제학이 ‘암울한 학문’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는 “경제학자로서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재상황과 무관하게 위기를 (거론하고) 예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비관주의는 (지식인들이 스스로의) 지적능력(을 과장하기 위한) 지표”라고 했을 정도다.
위기의식은 그만큼 편향적인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젊은이들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곶감 빼먹기에 도취되게 만든 추석연휴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더욱이 북핵과 미사일, 개성공단 일부 가동 정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따가운 가운데 안동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춤 공연장에서의 모습은 너무 한가하지 않았나 싶다.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