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보조금 축소도 '걸림돌'
![부산 용당 화물차 휴게소에는 헬스장, 샤워실, 편의점,세탁실 등이 구비돼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10/AB.14928507.1.jpg)
◆화물차 휴게소 27곳 불과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사업용 화물자동차 운전자는 4시간 연속 운전 시 30분 이상 휴게 시간을 의무적으로 갖도록 했다. 하지만 44만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가 편히 쉴만한 휴게소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화물차 전용 휴게소는 전국에 27곳, 공영 차고지는 16곳에 불과하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갓길에서 ‘위험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4년 국토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9년까지 충남 서산·당진, 경남 김해 등에 화물차 휴게소 13개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11개 시도에 공영차고지 21개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휴게소는 식당과 샤워실, 수면실, 세탁실, 운동 기구 등을 구비한 시설이고, 공영차고지는 장기간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하지만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계획은 곳곳에서 사업이 취소되거나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화물차휴게소 및 공영차고지 사업 추진 세부 현황’에 따르면 국토부가 계획한 13곳 휴게소 확충 계획 중 사업이 완료된 곳은 세 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기존 일반 휴게소 시설에 샤워실을 신축하거나 쉼터를 개선해 화물차 운전자들이 쓸 수 있도록 시설 보수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부산 용당 화물차 휴게소에는 헬스장, 샤워실, 편의점,세탁실 등이 구비돼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10/AB.14928508.1.jpg)
21개소에 건설 예정인 공영차고지의 경우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8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곳은 취소, 보류되거나 지자체의 사업비 미신청으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혐오시설’ 된 화물차 휴게시설
정부의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사회적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화물자동차 휴게소의 사업 주체는 지자체와 도로공사, 항만공사 등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가 없다.
![부산 용당 화물차 휴게소에는 헬스장, 샤워실, 편의점,세탁실 등이 구비돼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10/AB.14928509.1.jpg)
정부 차원의 보조금이 축소된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부터 화물차 휴게소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전체 사업비의 30%에서 민간투자비용을 제외한 금액의 30%로 축소했다. 공영 차고지의 경우 총 사업비의 90%에서 70%로 보조금을 줄였다. 지자체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사업 추진을 기피하거나 우선순위 사업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충주·제천·음성·군산 공영차고지의 경우 지자체가 사업비를 신청하지 않아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화물차 휴게소 사업을 하고 있는 SK에너지와 같은 민간 기업은 화물차 휴게소를 더 짓고 싶어도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규제 완화 및 보조금 늘려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물차 운행이 잦은 복합화물터미널, 물류단지, 항만 및 배후단지, 산업단지 등 대단위 물류시설을 개발할 때 화물차 휴게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가급등으로 인한 용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 내 화물차 휴게소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산, 당진 휴게소와 담양 차고지의 경우 지가 급등 등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취소하거나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울산 화물차 휴게소 전경](https://img.hankyung.com/photo/201710/AB.14928510.1.jpg)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