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라빠르트망’에서 주연 막스와 리자를 연기하는 오지호(왼쪽)와 김주원. LG아트센터 제공
연극 ‘라빠르트망’에서 주연 막스와 리자를 연기하는 오지호(왼쪽)와 김주원. LG아트센터 제공
배우 오지호(41)와 발레리나 김주원(40)은 드라마·영화와 무용 분야에서 각기 20년가량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오지호는 인기 드라마 ‘추노’와 ‘내조의 여왕’ ‘오마이금비’ 등에서 주연한 배우다. 1998년 발레 ‘해적’으로 데뷔한 김주원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시절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여성무용수상을 받은 세계적 발레리나다.

이들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다. 데뷔작은 오는 1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라빠르트망’. 카메라를 매개로 하는 영상 언어인 드라마·영화, 목소리가 아니라 몸짓으로 말하는 무용과 희곡·배우·관객이 함께 만드는 연극은 다른 점이 많다. 지난 10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어린이가 된 기분으로 배우면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빠르트망’은 1996년 개봉 당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이 원작이다. 약혼반지를 사려던 남자 ‘막스’(뱅상 카셀)가 옛 연인 ‘리자’(모니카 벨루치)의 흔적을 쫓으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을 그린다.

‘막스’ 역을 맡은 오지호는 연기 인생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자 연극에 도전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배우는 이전에 한 작품을 기반으로 다음 작품 출연 제안을 받기에 매번 비슷한 연기를 하게 된다”며 “내 속에 다른 걸 들이고 다른 감성을 묻혀 ‘다른 오지호’가 되기 위해 연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이렇게 오래, 열심히 연습한 적이 없었다”며 “드라마, 영화에선 한 번 연기하고 녹화하면 끝인데 연극에선 ‘안녕하세요’ 한 마디를 두 달 동안 연습한다”고 말했다.

‘막스’가 첫눈에 사랑에 빠진 여인 ‘리자’를 연기하는 김주원은 “무용계에서는 내가 가르침과 지적을 받기보다 주는 사람이었는데 연극계에 오니 그 반대”라며 “어린아이처럼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모든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그는 “몸이 아닌 언어로 표현하는 데 대한 궁금증이 크다”며 “발레리나 김주원이 아니라 배우 김주원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연기 선배인 오지호와 무대경험 선배인 김주원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고선웅 연출은 감정 동요가 적고 말투가 나긋나긋한 김주원의 감정을 외면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연습 때 “큰 소리로 욕을 해보라”고 요구했다. 김주원이 어색하게 욕하자 오지호가 한마디 했단다. “지원아, 사람이 진짜 욕을 할 땐 몸부터 바뀌어.” 김주원은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김주원은 “오지호는 무대에서의 움직임과 동선을 빠르게 파악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뛰어나다”며 “순수하면서도 능글맞고 뜨거운 ‘나쁜 남자’ 막스 역에 오지호 씨가 딱 맞다”고 했다. 공연은 오는 11월5일까지, 3만~7만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