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속도전을 포기한 단지가 나왔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30일 열린 대의원회에서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포기하기로 결의했다. 지난달 25일 서초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 약 보름 만이다.
반포1단지 3주구,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 포기
◆2개 절차 병행 불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길 건너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별개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단지는 전용면적 72㎡ 단일형 1490가구로 구성됐다. 재건축 후 지상 35층 17개 동 건물에 2091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바로 남쪽에 붙어 있는 역세권 단지다.

이 단지 조합은 당초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당일 이사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계획을 통과시키는 등 사업을 서둘렀다. 추석 연휴 직전에 급히 시공사 선정 공고도 마쳤다.

일정을 당기려던 조합의 복안이 무효화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통상 재건축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한 뒤 분양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합은 최근까지 시공사 선정과 조합원 분양신청을 병행해 사업일정을 당기는 안을 추진했다. 시공사 입찰 시작과 동시에 조합원 분양 공고를 낸 뒤 분양신청을 받을 계획이었다. 현행 법률상 조합은 분양신청을 최소 30일간 받아야 한다. 또 시공사 선정 공고 후 입찰까지 최소 법정기한은 45일이다. 조합 관계자는 “서초구청으로부터 두 절차를 병행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조합은 다음달 25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아 12월17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키로 했다. 조합원 분양은 내년 1~2월 받을 예정이다. 새 계획안대로라면 일러도 내년 2월 말에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환수금 가구당 6500만원 예상

조합에 따르면 이 단지에 부과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은 약 950억원으로 추정된다. 조합원 한 가구당 평균 6500만원 선이다. 당초 시장 예상보다는 높지 않은 수치라는 평이다. 사업이 장기 지연된 게 원인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환수금 부과 개시 시점은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최초로 승인된 날이다. 단 예외 조항이 있다. 추진위 승인부터 완공까지 기간이 10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부과 종료 시점으로부터 역산해 10년이 되는 날을 시점으로 환수금을 계산한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2003년 최초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2020년 새 아파트가 완공될 경우 2010년이 부과 개시 시점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환수금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다. 공시지가는 통상 시세의 60~70%만을 반영한다. 이 단지의 한 가구(전용 72㎡)당 공시지가는 올해 1월 기준 9억4400만원이다. 10년 전인 2007년 공시지가 7억7600만원에서 약 20% 상승한 가격이다. 반면 시세의 10년간 격차는 훨씬 크다. 가장 최근 거래가 이뤄진 지난 8월 시세는 16억8000만원 선에 달했다. 2007년 하반기 거래가 평균인 7억60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공사비 높여 손해 줄일 것”

조합은 다양한 특화설계 등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초과이익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은 완공 시점의 아파트 가격에서 추진위 승인 당시 아파트 공시가격, 건축비, 주변시세 상승분(정상주택가격 상승분) 등을 뺀 차액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공사 비용이 높아지면 그만큼 조합원이 내야 할 초과이익 부담이 적어진다.

최근 한층 치열해진 건설사 간 재건축 수주전이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인근 1·2·4주구 수주전에서는 두 건설사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인피니티풀, 덮개공원 등 각종 특화설계 제안이 나왔다.

지난 10일 조합이 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총 8개 업체가 참석했다. 조합 관계자는 “무리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제대로 된 명품 단지를 만들어 조합원들의 손해를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