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롯데지주가 12일 이사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그룹 총수인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전문경영인 황각규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롯데지주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등 주요 계열사 상장을 서두르기로 했다. 또 부실 사업장을 정리해 그룹의 ‘군살’을 빼는 작업도 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2인자인 황 사장은 처음 맡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롯데지주에서 시작하게 됐다.

◆황각규 사장 경영 전면에

황각규 사장
황각규 사장
지주사 출범과 함께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황 사장이다. 그동안 그룹 2인자로 불렸지만 한 회사의 대표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황 사장은 그동안 직접 계열사를 경영한 적이 없다. 작년 3월 롯데제과 비상근 등기임원에 올라 이 회사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경영을 직접 챙기진 않았다. 이때부터 황 사장은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을 준비했다. 이어 첫 CEO 자리를 그룹의 정점인 롯데지주에서 시작하게 됐다.

황 사장에 대한 신 회장의 신임은 두텁다. 신 회장이 1990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경영수업을 받은 곳도 황 사장이 있었던 호남석유화학이다. 이후 황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실 국제부와 정책본부 국제실 등 주요 요직을 맡아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외사업 강화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롯데’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정보통신 등 상장 우선 추진

롯데지주의 첫 번째 과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 주요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룹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맡고 있는 롯데정보통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패스트푸드 전문점 롯데리아, 국내 2위 멀티플렉스 영화관 롯데시네마 등이 대상이다. 롯데정보통신의 주요 사업부를 분할하고, 롯데시네마를 롯데쇼핑에서 떼어내기로 최근 결정한 것도 상장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롯데시네마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1~2년 내 상장하는 게 목표다. 롯데는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기업을 우선상장 대상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지주 첫번째 프로젝트는 '우량 계열사 상장'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한 순환출자, 상호출자 구조를 끊는 작업도 한다. 우선 처리해야 할 게 롯데정보통신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 등이 보유한 7.3%에 해당하는 롯데지주 지분이다. 이 고리를 끊어야 순환출자에서 벗어난다. 지주사가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일도 필요하다. 상장사의 경우 20% 이상 지분을 가져야 하는데, 롯데쇼핑(17.9%)과 롯데칠성(19.3%) 지분이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또 손자회사 롯데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 소유의 롯데렌탈 지분 13.5% 매각도 진행할 예정이다. 손자회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수요 제한 규정을 피해야 한다.

◆이사회 후 등기하면 법적요건 갖춰

롯데지주는 첫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진, 이사 보수 한도 등을 정한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4곳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분할·합병 안건을 승인했다.

신 회장과 황 사장, 이봉철 재무혁신팀장(부사장) 등이 사내이사를 맡는다. 사외이사는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 곽수근·김병도 서울대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 이사회에서 선임된 이사진이 등기를 하면 롯데지주는 법인으로서 실체를 갖추게 된다.

그룹 내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던 경영혁신실 임직원 200여 명 대부분은 롯데지주에 속하게 됐다. 경영혁신실 산하 4개팀(가치경영팀, 재무혁신팀, HR혁신팀, 커뮤니케이션팀)이다. 또 소진세 사장이 이끄는 사회공헌위원회와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도 롯데지주로 들어간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