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방사선 거의 없는 엑스레이 소재 개발
삼성전자가 엑스레이(X-Ray)로 의료 영상을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는 반도체 소재를 개발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성균관대 연구팀(박남규 화학공학부 교수·사진)은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평판 엑스레이보다 감도를 2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반도체 소재를 활용한 ‘엑스레이 디텍터’를 개발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엑스레이 디텍터는 엑스선을 받아들이는 이미지 센서의 일종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소재는 감도가 높아 방사선 노출량을 줄이면서도 선명한 의료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생산 원가도 저렴하다.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공정인 진공 증착법으로 만드는 기존 디텍터와 달리 액상 공정으로 제조할 수 있어 대화면을 만들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신을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엑스레이 기기를 만들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류로 바꾸는 특성이 뛰어나 태양전지와 엑스레이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소재다.

엑스레이 기기는 인체를 투과하는 엑스선을 사진과 영상으로 변환할 수 있어 의료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방사선 노출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엑스레이 피폭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로 수년 내 엑스레이 노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엑스레이 기기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남아 있는 기술적 문제들이 개선되면 방사선 피폭량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인 엑스레이 의료영상 기술이 나와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 온라인판에 ‘유기금속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대면적, 저선량 엑스레이 탐지기’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