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건설·해운으로 계열사 통합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 삼라마이다스(SM)그룹이 SM상선과 경남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통합하기로 했다. 해운과 건설의 두 축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뒤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다. 부실기업을 인수해 덩치를 키워 온 우오현 SM그룹 회장(사진)이 도약을 위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방건설 자금력으로 SM상선 지원

우 회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내 SM상선과 우방건설산업, 경남기업과 우방산업을 각각 합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M상선은 지난해 말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해 지난 3월 출범시킨 컨테이너선사다. 우 회장은 “SM상선을 글로벌 해운사로 성장시키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우방건설산업과 합병키로 한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벌크선사인 대한상선도 SM상선과 합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M그룹, 건설·해운으로 계열사 통합
이와 별도로 경남기업과 우방산업도 합병하기로 했다. M&A를 통해 그룹에 편입한 건설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결정이다. SM그룹은 7월 경남기업을 약 600억원에 인수했다. 경남기업과 우방산업을 통합한 회사에 동아건설산업, 태길종합건설, 성우종합건설 등 나머지 건설 계열사도 하나씩 합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두 갈래 계열사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SM그룹의 지배구조는 해운과 건설을 두 축으로 재편된다.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

SM그룹은 벌크선사인 대한해운, 대한상선에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을 더해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내년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입해 SM상선의 컨테이너 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미국 서부 노선을 넘어 동부 노선까지 확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우 회장은 “SM상선은 당초 올해 1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며 “출범 6개월 만에 선복량 기준 세계 20위권 해운사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출 대기업들이 국내 해운사를 조금만 더 활용해 주면 SM상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당분간 비주력 업종의 추가 M&A는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SM상선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모을 때라는 판단에서다. 동부대우전자, 캐프 등 최근 이뤄진 인수전에서 SM그룹이 모두 발을 뺀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해운 및 건설사는 예외다. 우 회장은 “한진해운에 버금가는 국내 해운사를 빨리 키워내야 한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운사 추가 인수는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회장의 광폭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컨테이너선사 운영 경험이 전무한 SM그룹이 무리하게 확장에 나섰다는 시선이다. 현대상선과의 출혈 경쟁으로 국내 해운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 회장은 이에 대해 “국내 1위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현대상선과 SM상선이 모두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