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업자 김모씨(52)는 주변에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직접 운영하는 업체가 있고 매달 적지 않은 매출도 올렸다. 하지만 김씨는 3년 넘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등록돼 지원을 받아왔다. 재산을 숨기고 월 100만원 안팎의 소득만 신고했기 때문이다. 적발되기 전까지 3년6개월간 김씨가 타낸 기초생활급여는 2860만원에 달했다.
◆부정수급 건수 3년 새 5배 급증

수급 자격이 없는데도 기초생활급여를 챙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잘못 지급돼 징수 결정이 난 서울시의 기초생활급여는 54억2168만원에 달했다. 2013년(16억156만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세 배가 훌쩍 넘는다. 같은 기간 부정수급 건수는 1254건에서 6226건으로 다섯 배 가까이 급증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생계비나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만족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는 소득과 재산을 토대로 환산한 소득인정액이 최소 생계비 기준인 49만5879원보다 적으면서 자신을 부양할 가족이 없다면 기초생활급여를 받을 수 있다.

부정수급액은 급증하고 있는데 환수액은 매년 줄고 있어 복지 누수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시의 부정수급 환수율은 48.1%(26억1233만원)로 전체 부정수급액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환수율은 2013년 68.2%, 2014년 66.2%, 2015년 54.9% 등으로 떨어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 공무원들이 부정수급자에게 수급비 반환을 독촉하고 있다”면서도 “부정수급자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독촉 이외에는 환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환수율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36.2%)였다. 이어 강서구(36.8%)와 동대문구(37.0%), 영등포구(37.4%) 등이 뒤를 이었다.

◆지급 기준 완화되면 더 늘어날 텐데…

정부는 부정수급 적발을 위해 관련 기관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지원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교차 점검하는 관련 기관 수를 기존 10곳에서 27곳으로 늘렸다. 부정수급이 급증한 것은 적발 시스템이 정교해진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실시간으로 수급자의 소득과 재산 변동을 검증하지 못해 사후 검증에 그치고 있다.

향후 지급 기준 완화로 수급자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11월부터 소득인정액이 낮아 기초생활보장 대상인데도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탈락시키는 ‘부양의무자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163만 명에서 252만 명으로 늘어난다.

이와 별개로 일정 소득을 포기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남으려는 ‘모럴 해저드’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하면서 번 소득이 많지 않을 경우 스스로 기초생활수급자로 편입되는 경우다. 예컨대 소득인정액이 80만원인 2인 가구에는 매달 생계급여 약 4만4000원과 주거급여 약 23만원, 의료급여 등이 지급된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수업료(연간 약 145만원)와 입학금(약 1만4000원), 교과서 구입 비용 등도 제공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정수급은 아니지만 월 소득이 10만원 오르는 것보다 수급자에서 제외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편익이 더 크다고 보고 수급자로 남으려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