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주권·안전이익 침해말라…美에 엄중항의 제기"
NHK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 행사하도록 요구하려는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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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북핵 및 무역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미국 해군 이지스함이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인근 해역을 또 항행하자 중국이 군함과 군용기까지 동원해 맞대응했다.

CNN 등은 1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관리들을 인용해 미 채피가 파라셀 군도 인근 해역을 항행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들은 채피가 파라셀 군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측의 과도한 해상 영유권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차원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했다며 항행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은 해당 지역이 국제법상 공해에 해당한다며 중국의 해상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작전에서 채피가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파라셀 군도의 12해리 이내로는 진입하지 않았으나, 중국 정부가 영해의 기준선으로 삼는 '직선기선' 안에는 진입했다고 이 관리들은 전했다.

중국이 군사기지화를 가속하고 있는 이 군도 인근 해역에서의 미 해군의 이지스함 항행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해법을 찾기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구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음 달 중국이 포함된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NHK는 이번 작전과 관련,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대응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재차 요구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했다.

미 국방부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정기적인 작전을 수행한 것이며 앞으로도 작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수차례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미 구축함 채피가 남중국해를 항행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군 구축함 채피가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제멋대로 중국 시사군도 영해로 들어와 소위 '항행 자유'라는 작전을 진행했다.

중국 측은 즉각 군함과 군용기를 출동시켜 법에 따라 미 구축함에 대한 식별 작업을 하고 물러나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시사군도는 중국 고유 영토로 미군의 이런 행동은 중국법과 국제법을 어긴 것이며 중국 주권과 안전 이익을 엄중히 침해한 것"이라면서 "중국은 결연히 반대함과 동시에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화 대변인은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 보호를 위해 계속해서 확고한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존중하고 이런 잘못된 행위를 멈추라"고 주문했다.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신지홍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