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귀환 막으려 지뢰 매설 주장도…인권고등판무관실 보고서
유엔 "미얀마군, 로힝야족 저항 전부터 작전 시작"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반군의 저항이 시작되기 전부터 체계적인 군사 작전을 세워 로힝야족을 탄압했으며 난민들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과 식량을 모두 불태웠다고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OHCHR)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죠티 상게라 유엔 동아시아·태평양 인권사무소장은 이날 로힝야족 난민들을 인터뷰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에게 폭력을 즉각 멈추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개한 보고서는 지난달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난민 65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미얀마 정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로힝야족이 반군조직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을 결성해 미얀마 경찰 초소를 습격했던 8월 25일 전부터 이미 로힝야족을 몰아내려는 '청소작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군사작전이 로힝야족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는 미얀마 정부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초소 습격 사건 한 달 전부터 40세 이하 로힝야족 남성들을 체포하면서 공포와 두려움을 조장하는 등 체계적인 군사 작전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거 있는 정보를 종합해보면 로힝야족이 거주하는 라카인주의 모든 마을과 집을 불태운 것은 로힝야족을 단순히 쫓아내려는 계획일 뿐 아니라 아예 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의 귀환을 막기 위해 방글라데시 국경 지대에 최근 지뢰를 매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보고서에는 일곱 살 여동생이 집을 둘러싼 미얀마군이 난사한 총에 맞아 숨지는 모습을 목격한 12세 소녀의 증언도 들어있었다.

이 소녀는 아버지는 어디론가 끌려갔으며 어머니와 다른 네 명의 남동생, 오빠들은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로힝야족이 돌아올 수 없도록 쫓아내려는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작전"이라며 미얀마군의 군사작전을 비판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