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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은 안팎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에 부담을 안기는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이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세 폭탄,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등을 통한 미국의 통상 압력도 거세다. 미국과 북한 간 갈등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작용, 기업들의 투자 심리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제조업 혁신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경영을 효율화하면서 원가 절감에 나선 것이다.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으로 기존 사업 모델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후발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서둘러 갖추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불붙은 4차 산업혁명 대전… 대한민국 기업은 '가을의 전설'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분야는 AI다.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AI 플랫폼 개발 업체인 비브랩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자사 AI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빅스비에 비브랩스의 혁신 기술을 접목해 빅스비 기반의 AI 생태계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를 2020년까지 총 31종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3월 차세대 수소차 양산과 동시에 강화된 성능과 낮은 가격을 앞세워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도요타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사업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20년까지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30년 무인차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와 손잡고 커넥티드카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차량 네트워크 공동 개발에 나섰다. 독자적 차량용 운영체제(OS)도 개발 중이다.

LG그룹은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미래 신사업 영역 개척을 위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개별 사업군에서도 프리미엄 가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고부가 기초소재 등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의 해외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AI와 로봇, 자동차부품, 태양광 등 미래 사업에서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패널 생산을 위한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LG화학도 기초소재 부문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그룹은 신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편 바이오·신에너지 등 차기 주력사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들어 “국내외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투자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격 경영을 통한 성장동력 발굴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해 지분 투자에도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 수준의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향후 3년간 1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4차 산업혁명 주도에 나섰다.

포스코는 초고장력 강판인 기가스틸을 통해 기존 철강사업에서 수익성을 강화하고 비철강사업과 해외사업에서 매출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리튬과 니켈 등 신소재사업에 4000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수요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GS그룹은 에너지, 유통, 건설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 신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기존에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화학 및 복합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화학 부문에서 고부가가치의 원천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태양광 부문은 선도 기업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고 핀테크(금융기술),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반의 차세대 성장 엔진도 확충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